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지난 8일 원내대표 직을 사퇴한 이후 측근 의원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내년 총선에서 다들 잘 돼서 국회에 살아남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발언은 유 의원이 자신을 위해 고생한 측근 의원들의 내년 총선 승리를 기원하며 던진 덕담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유승민 거취’ 정국을 거치며 세 불리를 절감한 유 의원이 측근들에게 훗날을 도모하자는 뜻을 전한 정치적 발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신의 사퇴를 주도했던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계가 새누리당의 헤게모니를 장악할 경우 ‘유승민 사단’으로 불리는 측근 의원들의 공천을 장담하기 힘들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유 의원은 원내대표 직을 던진 뒤 경기도 김포의 한 식당에서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 이종훈 이이재 원내부대표 등과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유 의원은 만찬 자리에서 “그동안 수고했다” “나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 등의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한 측근 의원은 9일 “원내대표 직에서 물러났지만 유 의원의 표정이 어둡지는 않았다”면서 “유 원내대표가 다들 총선에서 승리해 다시 뜻을 모아 함께 일해보자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유 의원은 명분은 차지했으나 파워게임에서 밀렸다는 인식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친박계나 김무성 대표 측에 비해 당내 기반이 아직도 미약함을 절감하고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뜻을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 의원의 정치적 미래에 대한 평가는 양극단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장한 ‘배신의 정치’라는 꼬리표가 영원히 따라붙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제기된다.
하지만 새로운 보수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차기 대권주자로 발돋움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여권 주변에서 ‘유승민 대망론’이 회자되는 이유다.
특히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8일 실시한 여권의 차기 대권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유 의원이 16.8%를 얻으며 2위로 급부상했다고 밝혔다. 19.1%를 기록한 김 대표의 턱밑까지 추격한 것이다. 유 의원은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기 전인 지난달 23∼24일 조사에서 5.4%의 지지율로 4위에 머물렀었다. 2주 만에 무려 11.4% 포인트가 오른 것이다.
그러나 유 의원에 대해 ‘반짝 인기’라는 반론도 없지 않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직후에 나온 지지율치고는 그리 높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당분간 외부 접촉을 삼가며 ‘잠행 모드’에 들어갈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그의 재충전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 의원은 적당한 시점을 골라 활동을 재개하면서 ‘경제는 중도, 안보는 보수’로 대표되는 자신의 정치철학을 가다듬고 지지세 확충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 의원이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위해 지역구인 대구·경북(TK)을 떠나 내년 총선에서 서울 출마를 결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유 의원은 9일에는 자신을 보좌했던 직원들과 고별 만찬을 함께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유승민 사퇴 이후] 劉 “내년 총선서 살아남기를”… 훗날 도모?
입력 2015-07-10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