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이용상] 코미디 같은 ‘미소한국 캠페인’

입력 2015-07-10 00:30

외국 여행을 가면 각종 관광명소 구경을 잘 해놓고도 현지인들의 불친절 때문에 두 번 다시 가기 싫어질 때가 있다. 여행객들에게 있어서 현지 국민들의 태도는 그 나라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과연 ‘친절’이란 덕목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일까. 일단 우리 정부는 가능하다고 본 모양이다. 9일 내놓은 관광분야 활성화 방안에는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미소한국 캠페인’을 벌이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메르스 사태 이후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국내 여행객 수가 7년 만에 일본에 추월당했다고 한다. ‘미소한국 캠페인’은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웃는 얼굴로 친절하게 맞이해주자는 취지다. 당장 이달 안에 범국민 운동본부를 출범할 계획이다. 평창올림픽 개최지인 강원도를 시작으로 국민들에게 친절 서비스 교육을 실시하고 올해 말까지는 전국적으로 확산시킬 방침이라고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캠페인에) 사회 전체가 참여해 우리나라가 관광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국민 공감대를 확산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외국인 관광객의 불편 해결을 위한 가장 중요한 인프라는 친절”이라고 했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밝은 미소로 대하자는 취지에 반대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다만 정부와 청와대가 국민들에게 ‘억지웃음’을 주문한다는 건 생각해볼 문제다. 메르스 확산 방지 실패, 청와대와 여당의 권력다툼, 사상 최대 가계부채, 청년 취업난, 최저시급 문제 등 그들이 해결 못한 일들 때문에 국민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 웃음을 잃게 만든 이들이 ‘미소한국’을 강요하는 건 어찌 보면 코미디에 가깝다. 정부가 제 역할을 제대로만 해준다면 굳이 캠페인이 아니더라도 ‘미소한국’은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이용상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