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쁘레야 예수” 축구로 배웠어요… 헤브론축구선교회 캄보디아 선교기

입력 2015-07-11 00:04
지난 7일 캄보디아 프놈펜 한 풋살경기장에서 헤브론축구선교회팀이 캄보디아 초등학교, 고등학교팀을 대상으로 ‘축구 클리닉’ 및 친선경기를 열었다. 행사에 앞서 기도와 찬양 등으로 복음을 전했다.
친선경기 후 현지 축구팀과 함께한 모습.
출전에 앞서 작전을 지시하며 환하게 웃고 있는 류영수 목사.
산찌에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쁘레이크라이초등학교 5학년입니다. 산찌에는 요즘 ‘예수님 찬양’이라는 노래를 동요처럼 입에 달고 삽니다. 캄보디아 말로 ‘쁘레야 예수’입니다.

이 녀석은 심심하다 싶으면 ‘쁘레야 예수, 쁘레야 예수…’를 흥얼거리며 친구들과 어울립니다. 한국 복음성가 몇 소절도 알고 있습니다.

‘하늘에서 은혜 받고 세상 품었네. 축구선교 사명 받아 주의 일 하네….’

헤브론축구선교회 사무총장 류영수 목사가 복음성가 ‘이제 내가 살아도’를 개사한 건데 류 목사를 따라 자주 부르다 보니 익힌 겁니다. 산찌에를 비롯한 쁘레이크라이초교 축구팀 20여명은 선교회 소속 선수 형들과 어울리면서 ‘지저스’가 누구인지 알게 됐습니다.

이들은 지난 7일 프놈펜 뚤곡 지역 에스폿 풋살경기장에서 헤브론축구선교회 팀원들과 1년 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그 사이 아이들이 불쑥 컸답니다. 산찌에는 캄보디아 유소년축구팀 대표이기도 합니다.



‘예수님 찬양∼’ 부르는 캄보디아 선수들

류 목사는 전직 축구 선수입니다. 그가 이끄는 헤브론축구선교회팀은 이틀 전 캄보디아에 입국했습니다. 당초 쁘레이크라이초교팀을 대상으로 한 ‘클리닉’ 프로그램은 8일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한국 형들이 왔다는 소식에 아이들이 유니폼 갖춰 입고 풋살경기장에 놀러온 겁니다. 선교회는 이날 트마이고등학교팀과 친선 경기 및 클리닉이 예정돼 있어서 함께하기가 쉽지 않았죠. 하지만 세 팀은 류 목사의 지도 아래 일사불란하게 몸 풀기에 나섰습니다. 트마이고 차이송리(45) 교장이 헤브론팀과의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나왔습니다.

헤브론팀 25명의 선수·임원은 대개 초·중·고 선수 출신들입니다. 남성광(23·호남대 축구학과)씨와 같은 현직 선수도 있고 박튼튼(29·서울신대 신학대학원) 김민겸(29·〃) 한동희(27·나사렛대 신학대학원) 기예준(21·칼빈신대 신학과)씨 등과 같은 전직, 혹은 클럽 소속 선수인 경우도 있습니다. 류은영(38·인천 시내버스 기사)씨 등 여성 전직 선수 3명은 헤브론축구선교회 역사 25년과 함께한 이들입니다. ‘아줌마 선수’들인데도 젊은 남자 선수에 뒤지지 않습니다.

최흠룡(17·중국 옌볜체육학교1)군은 중국에서 캄보디아까지 축구를 위해 달려왔습니다. 중국동포인 부모를 둔 그는 중국·러시아 국경도시 훈춘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부모가 인천 지역에 돈을 벌기 위해 나왔으므로 떨어져 지내야 했습니다. 외로움을 축구로 달랬죠. 그러던 어느 날 귀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방학을 이용해 부모가 있는 인천 부평으로 들어와 귀 치료와 수술을 받았죠. 그게 2년 전입니다. 그때 최군은 부평 공원에서 축구 발재간을 선보이다 류 목사 눈에 띄었고 이후 교제가 이뤄졌죠. 최군은 체류 기간 류 목사를 비롯한 헤브론팀 선수들에게 개인지도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예수도 알게 됐고요.



‘사랑’이 만국어이듯 ‘축구’도 세계어

“축구는 세계인의 언어다.”

한국기독교축구선교연합회 대표회장 류병석(천안 목양교회) 목사의 얘기입니다. 축구공 하나면 못 갈 곳이 없다는 거죠. 듣고 보니 음악과 함께 축구는 만국인의 공통 언어가 분명합니다. 둥근 공이 모두를 둥글게 만드니까요. 사랑이 만국의 공통 언어인 것과 같습니다.

이날 류영수 목사는 목사가 아닌 감독으로 ‘호령’했습니다. 류병석 목사가 친선경기를 위한 기도를 마치고 시합이 시작된 순간 류영수 목사는 양국 팀의 사령탑이 된 거죠.

이날 아침 축구 선교 일정 시작에 앞선 기도회에서 류영수 목사는 이런 설교를 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축구신학교 학생입니다. 축구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화목과 유익과 소망을 전해야 합니다. 우리는 가난한 사람에게 줄 세워 빵을 나눠주려고 오지 않았습니다. 사진 찍으려고 오지 않았습니다. 친구가 되기 위해 왔습니다. 예수를 모르는 그들을 깨닫게 하는 것은 성령께서 하실 겁니다. 선수는 어느 경우건 이기고자 합니다. 그러나 ‘조잡한 승리보다 우아한 패배’가 값집니다. 이것이 예수 정신입니다.”

트마이고팀과의 경기는 팽팽했습니다. 헤브론팀이 단기 선교를 위해 신학생, 목회자, 교회 청년 등으로 꾸려지다 보니 호흡 맞출 시간이 많지 않아 이기지 못할 거라고 봤습니다. 생각대로 트마이고팀은 스트라이커 반야가 헤브론의 골문 에어리어를 휘저으며 위협합니다. 드디어 헤브론의 골문이 뚫립니다. 1대 0. 이후 헤브론의 반격. 1대 1이 됩니다. 후반 들어서도 팽팽한 접전이 이어집니다. 2대 2. 좀처럼 어느 팀이 이기리라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후반전 시간이 지날수록 트마이고 선수들의 체력 저하가 눈에 띕니다. 체력이라기보다 지구력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밥 먹는 힘까지’ 다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지구력 약한 현지 고교팀 그 이유

벤치에서 트마이고팀을 응원하던 조성규(46·에스라직업학교) 캄보디아 선교사가 한마디합니다. “어려우면 쉽게 포기하는 습성과 관련이 있다”고 말입니다. “그 포기하는 지점을 이끌 지도자가 없는 것이 이 나라 현실”이라고 덧붙입니다.

캄보디아는 소승불교와 힌두교, 그리고 중국 도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국가입니다. 프랑스 식민지배가 100년 이상이었고, 태평양 전쟁기 일본의 압제, 독립 후 폴 포트의 학살과 같은 광기가 국민의 삶을 지배했죠. 1970년대 수백만명이 학살당한 ‘폴 포트의 광기’ 후유증은 국민 전체에 강한 트라우마가 됐죠. 지금의 50대들은 70년대 당시 독재자 폴 포트의 전위대가 되어 지식인과 유산계급을 무차별 지목해 학살했죠. 목사의 희생도 예외일 수 없었죠. 60대 이상 지도자가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워낙 많이 죽었으니까요.

압제에 시달렸던 이들은 이기고 지는 것보다 생존을 우선 합니다. 경기가 됐건 인간관계가 됐건 승패의 어느 지점에 이르면 포기로 이어진답니다.

조 선교사의 이 같은 ‘선교적 관전평’대로 트마이고는 후반 종반으로 치닫자 급격히 무너져 4대 2로 역전패했습니다.

경기 후 류영수 목사가 말합니다.

“수년 동안 캄보디아 축구선교를 하면서 느끼는 건 지도자의 부재라고 봅니다. 축구 기술도 그렇고 축구를 대하는 자세도요. 가르쳐 줄 지도자가 없다는 거죠. 예를 들어 쁘레이크라이초교팀을 처음 지도하러 왔을 때 선수들 축구 복장이 엉망이었어요. 축구 관련 용품이 없어서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축구 스타킹이 없으면 양말이라도 신어 정신을 갖춰야 합니다. 신발이 있는데도 맨발로 건들건들 나오는 녀석들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보십시오. 오늘 나온 어느 선수 하나 복장 안 갖춘 녀석이 있나요. 제대로 하고 나왔죠?”



인구 1700만명 중 크리스천 20만명

한국도 100여년 전 선교사 등을 통해 축구·야구와 같은 근대 체육 종목을 접했습니다. 이런 다양한 문화사역을 통해 복음을 알았던 거죠. 오늘 캄보디아 현실도 비슷합니다.

프놈펜을 벗어나면 복음을 접한 바 없는 지역이 대부분입니다. 1700만명의 인구 가운데 20만여명이 기독교인이고 교회는 3500개 정도입니다. 출석 200여명이 넘는 캄보디아인교회는 없죠. 조 선교사는 “시골의 경우 예수의 힘으로 악령이 나가는 것을 체험하고도 이를 지속적인 신앙생활로 이어지게 할 지도자가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합니다.

축구공은 복음이 아닙니다. 그저 둥근 물질일 뿐이죠. 한데 이 둥근 물질이 캄보디아어 성경보다 더 강력한 복음의 메시지가 된다는 것을 동남아축구선교단장 박명철(안산 누구나교회) 목사가 설명합니다.

“동남아 지역은 우리나라 60∼70년대처럼 어디나 아이들이 많습니다. 아이들이 있는 곳에 축구공을 들고 가 함께 놉니다. 수십, 수백명이 공을 쫓고, 공을 전해준 우리 얘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모두에게 복음을 전할 순 없습니다. 그러나 공을 가지고 놀던 아이 하나가 말씀을 듣고 크리스천 리더가 되어 그 사회를 변화시키는 겁니다. 우리를 성령이 이끌었듯 우리가 가는 선교지마다 성령이 이끈다고 봅니다.”

프놈펜=글·사진 전정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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