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철책 철거 절반만 승인 지지부진… 88억 소요 예산 전액 지자체 부담 이중고

입력 2015-07-10 02:47
강원도 동해안 군부대 경계 철조망 14.79㎞가 올해부터 철거된다. 사진은 동해시 망상지구 해변을 가로막고 있는 군 경계 철조망의 모습. 강원도 제공

정부가 규제개혁 과제로 추진중인 동해안 철책 철거사업이 신청 구간의 절반 정도만 승인나면서 ‘반쪽짜리’ 사업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철거사업에 필요한 예산 모두를 지자체가 부담토록해 동해안 지자체들이 재원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강원도 환동해본부는 정부에 철거를 건의한 41곳 26.411㎞ 가운데 절반 정도인 26곳 14.79㎞가 사업대상지로 최종 승인이 났다고 9일 밝혔다.

게다가 당장 철거가 가능한 지역은 고성 문암1리 68m와 청간해변 38m 등 106m에 불과하다. 나머지 24곳 14.684㎞ 구간은 철조망을 대신해 감시카메라, 초소 신축 등 대체장비와 시설을 설치해야 철거가 가능하다는 조건이 붙었다.

문제는 철조망 철거사업에 필요한 모든 예산을 도와 동해안 6개 시·군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 환동해본부는 이 사업에 모두 88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동해안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재정상황이 매우 열악한데다 예산이 한두 푼 들어가는 사업도 아니다보니 재원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이 사업을 추진하려면 다른 사업들을 중단하거나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강원도와 동해안 지자체는 재원마련을 위해 지난 5월 기획재정부에 복권기금을 신청했지만 지원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에 같은 달 행정자치부를 방문,지자체의 어려운 상황을 설명하고 특별교부세 지원을 건의해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도 환동해본부 관계자는 “9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지자체가 모두 부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지역 국회의원들과 협조해 행자부 특별교부세와 국방부 사업예산, 해양수산부 기설개선사업 예산 등 국비를 확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

장석삼 강원도의원(양양)은 “국가차원의 안보문제로 설치한 해안철책으로 지역주민들은 수십년 동안 직·간접 피해를 입어왔다”면서 “국가안보로 인해 주민이 피해를 본 만큼 도민의 혈세를 투입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강릉=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