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양심적 병역거부’ 공개변론] “대체복무로 양심 보호” vs “병역기피 못 가려낼 것”

입력 2015-07-10 02:55
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방청객들이 병역법 88조 위헌심판의 공개변론을 지켜보고 있다. 이병주 기자

대체복무제 도입을 놓고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국방부가 헌법재판소에서 맞붙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대체복무제가 ‘인간 살상에 반대한다’는 개인 양심을 보호할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방부는 양심을 빙자한 병역기피자를 가려내기 어렵고 형평성과 국가안보 현실에도 맞지 않는다며 반박했다.

헌재는 9일 병역거부자를 형사처벌토록 규정한 병역법의 위헌 여부를 두고 공개변론을 열었다. 병역법 88조 1항은 입영통지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을 거부할 경우 3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또 병역법 5조는 대체복무를 허용하지 않는다. 청구인 홍모씨 등 3명은 병역 거부로 재판을 받다 헌재에 해당 규정이 위헌이라며 소송을 냈다.

청구인 측은 “인간의 살상에 반대하는 종교적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것”이라며 “양심에 반하는 행위를 강요당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체복무의 길을 열어 달라고 호소했다. 이미 대체복무제를 시행하고 있는 대만 사례가 자세히 소개됐다. 김수정 변호사는 “현역병 복무기간인 33개월의 1.5배를 복무토록 하고, 양심의 진정성은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가 심사한다”며 “우려하는 병역회피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측은 “국방 의무는 국민의 생명을 수호하기 위해 불가결한 전제조건”이라며 “모든 국민이 자유를 실현하기 위해 헌법이 채택한 중요한 수단”이라고 반론을 폈다. 양심을 빙자한 병역기피자를 가려낼 수단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정부법무공단 서규영 변호사는 “병역을 기피하려고 불법까지 감수하는 경우가 많다. 병역기피 목적과 양심적 목적을 어떻게 가려낼지 의문”이라고 했다. 병역 이행자와의 형평성, 북한과 대치 중인 안보 상황도 근거로 제시됐다.

재판관들의 질문은 대체복무제 실현 가능성에 집중됐다.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나온 서울대 한인섭 교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가려내기 위한 기간과 조건을 마련하면 섬세한 판단이 가능하다”고 했다. 국방부 측 참고인 고려대 장영수 교수는 “병역의무 이행자들이 납득할 만한 강도의 대체복무를 정하는 데는 신중해야 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곳은 헌재가 아닌 국회”라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