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주요 정책에 대한 시민 의견 수렴을 위해 토론회나 공청회를 개최하면서 해당 주민들에게 제대로 일정을 알리지 않고, 기본 정책 방향도 제시하지 않은 채 형식적으로 진행해 반발을 사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과의 소통을 강조하지만 정책을 추진하는 시 공무원들은 소통 의지가 보이지 않아 토론회나 공청회가 불신만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가 지난 7일 서울중앙우체국 대회의실에서 주최한 ‘남산 예장자락 어떻게 가꿀 것인가’ 대시민 공개토론회는 ‘그들만의’ 토론회가 갖는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4시간여 진행된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와 패널 토론외에 일반 참석자에게 주어진 발언 시간은 20여분에 불과했다. 서울시를 대표해 주제발표에 나선 김성보 재생정책기획관은 ‘서울의 랜드마크 대표관광지’로서 남산의 현황과 역사 등 원론적인 내용만 소개하고 남산의 시정현안으로는 ‘대기청정지역 지정 추진’ ‘관광버스 주차난 해소’를 언급하며 변죽만 울렸다. 정작 예장동 주민들과 환경단체 등이 궁금해하는 남산 케이블카 철거 및 곤돌라 설치여부 등 서울시의 예장자락 개발 밑그림은 제시되지 않았다.
한재욱 전국 환경단체협의회 대표는 “서울시가 주민들과 환경단체에 연락도 제대로 안하고, 기본적인 구상을 안 보여주는 이런 토론회는 토론회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예장동에서 음식점을 하는 한 주민은 “지인이 공개토론회를 한다고 알려줘서 부랴부랴 찾아왔다”며 “남산 케이블카가 없어진다고 하는데 당장 피해를 보게 될 우리가 토론회 개최사실을 모르고 있었으니 참 답답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주제발표자로 참석한 전우용 한양대 교수는 “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서울시가)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토론자로 참석한 이세걸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도 공감을 표했다.
참석자들의 불만과 성토가 잇따르자 김성보 기획관은 “연락을 제대로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연구용역이 진행중인데 좀 더 구체적인 그림에 대해 의견을 다시 수렴하는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서울시의 불통 토론회 사례는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달 10일 서울시가 주최한 대중교통 요금제도 개선 공청회는 어수선한 메르스 사태 와중에 열려 반발을 샀고 결국 무산됐다. 노동당 서울시당은 당시 “이번 공청회는 대중교통요금 인상안 발표를 앞두고 여론수렴 절차의 미비를 지적받자 졸속으로 추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월에 개최하려다 무산된 서울역고가 공원화사업 토론회도 시 정책에 찬성하는 전문가 위주로 주제발표자와 토론 패널이 구성돼 형평성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남대문시장 상인 및 지역 주민들은 피켓 시위를 벌이며 “주민들의 참여없는 토론회는 의미가 없다”고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박원순 시장은 ‘소통’ 외치지만 공무원들은 그럴 의지가 없다… ‘불통의 場’ 전락한 서울시 토론회
입력 2015-07-10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