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내리막길로 치닫는 수출을 일으키기 위해 내년까지 91조원 규모의 민간투자를 유도키로 했다.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는 추세에 맞춰 대규모 ‘온라인 특별할인전’도 벌일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도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기존 대책을 ‘재탕’한 데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9일 수출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올 하반기와 내년에 걸쳐 세제 혜택을 주거나 연구개발(R&D) 지원금을 늘려 91조원 규모의 민간투자를 이끌 계획이다. 시장 지배력이 큰 분야를 중심으로 조기에 투자를 지원해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주요 투자 프로젝트별로 ‘전담지원관’을 운영해 기업의 투자를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에서 58조원, 철강·석유화학·정유 분야에서 21조원, 자동차·기타 분야에서 12조원가량의 민간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3년 후 시장 선도 가능성이 큰 업종에 대한 R&D 투자도 지원키로 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모바일 중앙처리장치(CPU) 등 차세대 유망품목 육성을 위해 민관 합동으로 2018년까지 6조8000억원 규모의 R&D 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저유가와 엔저 등의 영향으로 타격을 입은 중소·중견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대책도 마련했다. 단기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고 마케팅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내년까지 16조2000억원 규모의 무역금융을 공급한다. 전자상거래를 이용한 무역방식이 활성화되는 추세에 따라 8월과 11월에 대대적인 온라인 특별할인전을 실시키로 했다. 올 하반기 중엔 중국 칭다오 등 8곳에 기업과 소비자 간 전자상거래(B2C) 공동 물류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정부는 수출 품목과 시장을 다각화하기 위해 롯데·현대백화점·CJ 등 민간 유통사와 함께 2017년까지 글로벌 생활명품 100개를 지정할 계획도 밝혔다. 한류 열풍으로 한국산 화장품 등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짝퉁’이 생겨나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올 하반기부터 한국산 ‘정품 인정’ 시범사업도 추진한다.
그러나 세계경제가 둔화되고 국내 주력 수출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현재 겪고 있는 수출 위기를 극복할 만한 새로운 대책은 안 보인다는 지적이다. 민간 투자를 이끌겠다며 내놓은 ‘91조원’은 지난 2월 주요 기업 투자 간담회에서 기업들이 밝혔던 주요 설비투자 프로젝트 등 액수를 합한 수치다. 중소·중견기업을 위해 무역금융을 확대한다는 내용도 지난 4월 대책에 담겨 있던 내용에서 규모만 늘린 것이다. 단순히 재정 지원 등을 통해 투자를 늘리는 대책이 아니라 품질이나 기술력을 높여 수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종=이용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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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수출 활성화 대책] 수출 활성화 대책, 근본 해결책 없이 ‘재탕’
입력 2015-07-10 0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