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수출 활성화 대책] ‘한국경제 저성장 늪에 빠지나’ 우려 고조

입력 2015-07-10 02:54

한국은행이 4월에 이어 3개월 만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하향 조정함으로써 한국경제가 점점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어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메르스와 가뭄 등 일시적 요인이 성장 저하의 변수이긴 했지만 수출 부진과 각종 대외 악재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경제체력 회복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은은 올 성장률을 2.8%로 하향 조정한 데 대해 수출 부진과 함께 2분기에 발생한 메르스 사태와 가뭄을 주 요인으로 꼽았다. 서영경 부총재보는 9일 경제전망 발표에서 “올 성장률에서 가뭄이 0.1% 포인트, 메르스는 0.2∼0.3% 포인트 끌어내리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2분기 성장률이 기존 예상치(1%)에서 0.4%로 크게 주저앉으면서 전체 성장률의 하향 조정을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3분기 이후부터는 메르스와 가뭄 요인 제거에 따른 기저효과, 추경 등으로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상당수 경제전문가들은 하반기 경제가 단순한 기저효과로 큰 폭의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데 회의적이다.

우선 하반기 초입부터 본격화된 그리스 사태와 중국의 증시 폭락 등 대외 불확실성이 쉽게 소멸될 요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스가 속한 유로존과 중국은 우리 수출의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여서 이들 지역의 경착륙 우려는 그 자체로 악재다.

국내로 눈을 돌려봐도 소득 침체, 가계부채 증가 등 구조적 요인으로 위축된 소비 및 투자심리가 메르스가 해소된다고 곧바로 살아날 것이라는 보장도 없는 상태다.

경기회복이 지연되면서 잠재성장률의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세계 교역이 위축되는 가운데 중국의 추격과 엔저 등으로 인한 가격 경쟁력 저하라는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며 “수출이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기 어려운 데다 소비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내년 이후에도 2%대 성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한국 경제의 도약이 쉽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여전히 장밋빛 전망에 의존한 채 경제체력을 키우기보다는 단기 부양책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추경이 제때 집행되면 올해 3%대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을 포함해 거의 모든 경제연구기관이 2%대 성장을 예측했음에도 정부 홀로 고집을 피우는 형국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정부와 한은 간 성장률 전망 차이에 대해 “정부가 2분기 성장률이 이렇게 낮아지리라고 예상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메르스와 가뭄이 한 달 이상 지속된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경제예측 능력이 터무니없이 부실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부분이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성장률 목표 때문에 경제 구조조정보다 추경이라는 단기책에 치우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화·재정 당국 모두 경기 하강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