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추경 말끔한 처리 통해 정치가 정상화됐음을 보여라

입력 2015-07-10 00:51
정부가 세출 6조2000억원, 세입결손 보전 5조6000억원 등 총 11조8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요청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독한 시정연설을 통해 메르스 사태 대응 및 피해 업종, 가뭄·장마 피해, 서민생활 안정, 생활밀착형 안전 투자와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대한 지원이 추경 편성의 주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우리 경제와 민생은 메르스라는 국가적 재난 사태와 가뭄으로 더 어려운 국면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2.8%로 또 낮춰 잡았다. 그만큼 경기 회복이 어렵다는 뜻이다. 정부는 추경이 제때 집행되면 올해 3%대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대통령은 원안 통과를 요청했으나,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항상 추경안은 막바지에 정부안과 거의 근접했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대폭 손질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야당은 정부가 자초한 잘못을 빚으로 보전할 수 없다는 차원에서 세입 추경 5조6000억원 전액을 삭감하고 일부 사회간접자본(SOC)에 배정된 예산이 여권의 총선용 선심성이라고 규정해 수정키로 했다.

여야는 바로 국회 예결위를 가동시켜 이견을 보이는 부분에 대해 깊이 있는 심의를 시작해야 한다. 재정 투입은 선제적이고, 결정적이고, 충분해야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국회의 추경 심의는 빠르게,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규모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무작정 축소하는 것만을 주장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추경은 늦어도 이달 20일 전에 처리해야 한다. 처리가 늦어지면 추경 효과가 반감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 여야 모두 내부의 혼란 때문이다. 2주 동안 벌어진 ‘유승민 사태’는 여당 내부의 무능력, 무기력, 계파 갈등과 당청 간 반목을 여실히 드러냈다. 야당은 계파 이익 우선으로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야 모두 겪고 있는 내부 정치의 난맥이 경제와 민생을 최우선적으로 처리해야만 하는 국회 활동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여야는 추경안에 대해 꼼꼼히 따져보고 정부는 세부 내용을 성실히 설명해 정부와 국회가 민생을 제대로 챙기고 있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게 지금 정치권이 해야할 일이다.

여야는 정치력을 복원시켜 합리적인 추경안을 마련해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국민들이 내부 권력 다툼과 계파 이익 챙기기에만 몰두해 있는 여야와 청와대에 심히 분노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추경안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과 결론, 조속한 처리만이 성난 민심을 달래는 길이다. 정치가 정상화돼야 경제와 민생이 제대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