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는 집권 3년차 하반기 국정을 이끌어가는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에도 작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 여야 정치권을 싸잡아 선전포고에 가까울 정도로 정면 비판하고, 여당 원내대표를 겨냥해 물러나라고 했던 박 대통령은 앞으로 이런 상처를 봉합해야 할 숙제 역시 안게 됐다. 야당과의 건강한 견제 또는 협력은 고사하고 당청 간 신뢰의 복원이 실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도 나오는 만큼 박 대통령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청와대는 일단 이번 사태가 수습 국면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고 서서히 여당과의 관계 복원에 나설 방침이다. 한 관계자는 9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할 수는 없겠지만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은 당청 관계의 복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와 함께 던진 ‘배신의 정치’ 언급, 그에 따른 후폭풍은 심각하다. 우선 여당 내부에서 계파 갈등을 추스르고 박근혜정부 성공을 위해 체제를 재정비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당청 관계는 수평이 아니라 군신(君臣) 관계임이 드러났고 박 대통령이 당을 ‘국정 파트너’로 여기지 않는다는 사실도 표면화됐다고 지적한다. 박 대통령의 ‘제왕적 리더십’에 대한 비판여론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 최고 책임자인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포용의 정치’를 적극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파국 위기에서 가까스로 봉합은 됐지만 당청 관계의 파열음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대통령이 당을 끌어안는 열린 마인드를 갖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를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규정하고, 정책과 신념의 차이를 용납하지 않는 박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도 이젠 바뀌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박 대통령의 스타일 변화를 위해선 무엇보다 청와대 참모들의 역할 정립 필요성 역시 제기된다. 한 여당 중진의원은 “소통이 최대 강점인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당초 예상과 달리 활동이 위축된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며 “대통령의 스타일 변화를 위해선 이 실장을 비롯한 참모들이 건의를 마다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정부는 임기 5년 중 3년차 하반기를 관통하고 있다. 그렇지만 예기치 않은 대형 변수들로 인해 이렇다할 국정의 성과물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최우선 국정과제인 경제 살리기와 각종 개혁을 위해선 여당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마저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국정의 엔진은 꺼질 수밖에 없는 만큼 현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먼저 포용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게 많은 정치학자들의 제언이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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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10 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