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 요인 중 하나로 한국의 독특한 ‘문병문화’가 꼽혔다. 병원에 몰려가 안부를 묻는 관행이 메르스 감염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실제 지금까지 메르스 확진자 186명 중 34.4%(64명)가 환자 가족이나 문병객이었다. 메르스 사태를 겪은 일선 병원에서 이런 병문안 관행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은 9일부터 ‘쾌유기원카드 전달서비스’(사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가족이나 친지가 병원에 가지 않고 입원환자에게 안부 메시지를 전하도록 해주는 서비스다. 병원 홈페이지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쾌유기원카드 전달서비스’를 선택한 뒤 환자의 병실·인적사항과 함께 메시지를 작성하면 병원 고객만족팀이 이를 종이카드에 옮겨 담는다. 이렇게 작성된 문안 카드를 병동의 담당 간호사가 환자에게 직접 전달해준다.
강북삼성병원은 조만간 ‘모바일 영상면회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문병객이 직접 병실에 가지 않고 로비에 설치된 ‘면회 부스’에서 스카이프 영상통화로 안부를 물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 병원은 700개 병상에 모두 갤럭시탭이 설치돼 있고 메신저 서비스인 스카이프가 깔려 있다.
병원 관계자는 “2013년 수술환자에게 응원 영상과 편지를 보내는 ‘희망 메시지’ 서비스를 운영해 환자들의 호평을 받았다”면서 “이번 서비스가 병원 내 감염 문제와 병문안 관행 개선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형병원들은 메르스 확산 이후 간병 및 면회객 통제에 나섰다. 상당수 병원이 메르스가 본격화된 지난달 초부터 ‘환자 1명당 간병 보호자 1명’ 원칙을 세웠다. 메르스 환자 2명이 경유한 경기도 수원 성빈센트병원 관계자는 “지난달 15일부터 병실과 응급실 면회를 1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입구에서 출입증을 나눠주고 방문객이 많을 경우 순차적으로 면회토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 병원 방침을 잘 따라주지만 면회객이 통제에 불만을 표시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털어놨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메르스 주범’ 문병 관행 바꾼다… 강북삼성병원, ‘쾌유 기원 카드 전달 서비스’ 도입
입력 2015-07-10 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