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삼성SDI ESS 설치된 신용인 변전소 가보니… 사계절 전기품질 유지 兵器, 산속 컨테이너에 있었네

입력 2015-07-10 02:51

9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신용인 변전소. 한적한 산속에 위치한 변전소 입구로 들어가니 곧바로 넓이가 9만7175㎡에 달하는 거대한 변전시설이 나타났다. 변전시설 바로 옆에는 컨테이너(왼쪽) 18개가 9개씩 두 줄로 늘어서 있었다. 이 컨테이너 중 12개는 삼성SDI가 설치한 전력 주파수 조정용 ESS(에너지저장장치)이고, 나머지 6개는 PCS(전력변환장치)였다.

남는 전력을 모아뒀다가 필요한 시기에 꺼내 쓸 수 있는 ESS를 전력 공급망에 연결하면 주파수 조정 기능을 통해 전력품질을 높일 수 있다. 주파수 조정은 쉽게 말해 ESS에 저장된 전력을 필요한 시기에 내보내 ‘전기의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통상 전기 발전량이 수요보다 넘치거나 모자라면 전력 주파수가 변해 전자기기 손상 등 문제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한국전력은 시시각각 변하는 전력량에 즉시 대응하기 위해 발전기의 출력을 풀가동하지 않고 5% 정도 남겨 둔다.

하지만 전력망 내 대형 변전소에 ESS를 설치하면 좀 더 편리하고 빠르게 주파수를 조정 할 수 있고, 발전기도 100% 풀가동해 싼값에 많은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기존 화력발전소의 출력을 95%에서 100%로 높이면, 약 50만㎾(화력발전소 1기 용량)의 예비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료비 절감과 발전기 효율 향상 효과 등으로 연간 3000억원 이상의 편익이 발생한다.

ESS 컨테이너 문을 열고 들어가자 양편에는 배터리셀(오른쪽)을 모아 만든 작은 상자 모양의 트레이가 캐비닛 모양의 틀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각 컨테이너에 들어있는 배터리셀 양은 총 6600개에 달한다. 안쪽에는 화재 등 응급상황에 대비한 자동소화장치가 설치돼 있고, 배터리 충·방전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 등도 배치돼 있었다. 잠깐 문을 열어둬 컨테이너에 바깥의 더운 공기가 들어오자 곧바로 에어컨이 자동으로 가동되며 바닥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왔다. 에어컨은 배터리 과열을 방지하고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한전은 지난해 12월 신용인·서안성 변전소 2곳에 전력 주파수 조정용 ESS 설치를 완료하고 6개월 동안 시운전을 했다. 그리고 지난 1일부터 국내 최초로 정식 상업운전을 하고 있다. 향후 약 20곳으로 관련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한국전력 백남길 ESS 사업팀장은 “ESS를 활용한 전력 주파수 조정 사업은 ICT(정보통신기술)와 전력산업을 융합한 창조경제의 대표적인 사례”라며 “ESS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관련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