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의 공격] 국민연금, 30대그룹 핵심계열사 지분율 급등

입력 2015-07-10 02:50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주총에서 사실상 ‘캐스팅보트’(찬반이 같을 때 의장이 가지는 결정권)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이 올 들어 국내 30대 그룹 지배구조 핵심계열사의 지분율을 대폭 높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30대 그룹 계열사의 지난 6월 말 기준 평균 지분율은 8.66%로 작년 말보다 0.25% 포인트 상승했다. 삼성물산처럼 그룹 지배구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계열사 24개사의 지분율도 지난해 말보다 0.78% 포인트나 올라간 9.26%에 달했다.

30대 그룹 계열사 중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인 기업은 롯데푸드, 삼성물산, LG상사, 두산, 삼성전자, GS 등 6개사에 달했다. 1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곳도 롯데푸드, LG상사, 대림산업, 현대글로비스, 한진칼, 삼성물산 등 10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국내 대기업 그룹 계열사가 엘리엇 매니지먼트 같은 외국계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을 경우 국민연금의 캐스팅보트 역할이 더 커질 전망이다.

9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 7일 현재 30대 그룹 184개 상장계열사 중 국민연금 지분이 5% 이상인 기업은 93개사, 지분율은 평균 8.66%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에 비하면 기업 수는 2개 늘었고 평균 지분율은 0.25% 포인트 높아졌다.

국민연금은 특히 30대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계열사 지분을 대폭 늘렸다. 지분율이 오른 곳은 최근 엘리엇과의 공방으로 이목이 집중되는 삼성물산을 비롯해 현대글로비스, 한진칼, 롯데푸드 등 15곳이다.

현대글로비스는 국민연금 지분율이 9.24%에서 12.57%로 3.33% 포인트나 뛰었고 한진칼도 9.20%에서 12.41%로 3.21% 포인트 급등했다. 이어 롯데푸드가 2.68% 포인트 뛴 13.49%, 롯데칠성음료는 1.93% 포인트 상승한 13.08%였다. 삼성물산에 대한 국민연금 지분율도 9.98%에서 11.88%로 1.90% 포인트 뛰었다. 삼성물산은 엘리엇이 지분을 매입한 6월 2일 전후를 비교했다.

롯데푸드의 국민연금 지분율은 무려 13.49%에 달했고 LG상사(13.38%) 롯데칠성음료(13.08%) 대림산업(12.58%) 현대글로비스(12.57%) 한진칼(12.41%) 삼성물산(11.88%) KCC(11.76%) 현대그린푸드(11.44%) 한화(10.23%) 등 10개사 지분율도 10%를 넘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