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당사에서 사무총장은 막강 ‘꽃보직’이었다. 1960년대 민주공화당과 신민당이 처음 당3역(사무총장 원내총무 정책위의장) 제도를 도입한 이후 사무총장은 실세 전유물이었다. 이전 정당의 조직부장, 재정부장, 총무부장 기능을 모두 합한 직책이니 명실 공히 당의 안주인이라 해야겠다.
민주공화당(박정희정부) 길재호, 민주정의당(전두환〃) 권정달, 민주자유당(김영삼〃) 최형우 강삼재, 새정치국민회의(김대중〃) 김옥두, 새천년민주당(김대중〃) 한화갑은 당 총재이기도 한 대통령이 절대 신임하는 사무총장이었다. 신민당 시절 고흥문 유치송 이기택도 상당한 권력을 행사했다. 여당 사무총장은 행정부 인사에도 간여했다.
사무총장에게 힘이 실린 것은 공천, 자금, 인사에 중요한 역할을 해서다. 지금은 원내대표(옛 원내총무)에 빛이 가려진 데다 돈줄까지 막히면서 힘이 좀 빠진 게 사실이지만 노른자위 당직임은 여전하다. 여야 할 것 없이 총선과 지방선거 때 사무총장이 공천심사위원회의 당연직 간사를 맡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최고위원 제도와 함께 사무총장직을 폐지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김상곤 위원장은 폐지 이유로 “권한이 비대하게 집중되다 보니 계파정치의 핵심으로 부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최재성 사무총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사무총장의 공천 간여 금지 주장이 나오더니 아예 보직 자체를 없애버리겠단다. 사실 사무총장은 중앙당의 조직과 권한이 막강한 우리나라의 독특한 정치문화에서 생겨난 자리이다. 중앙당을 슬림화하면서 폐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열린우리당 시절 실험해 본적도 있다.
문제는 사무총장직을 없앤다고 뿌리 깊은 계파정치가 사라질지 의문이란 점이다. 그 대신 신설되는 조직본부장과 총무본부장 자리를 놓고 또 얼마나 싸울지 모를 일이다. 중요한 것은 제도가 아니라 사람일 텐데.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
[한마당-성기철] 사무총장이 뭐길래
입력 2015-07-10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