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우주정보상황실’ 개관] 한국, ‘스타워즈’ 향한 첫걸음 떼다
입력 2015-07-11 02:34
“스타워즈(우주전쟁)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할 수는 있지만 주변국 상황을 감안하면 갈 길이 멀어도 한참 멀다고 봐야 합니다.”
공군연구분석평가단 우주발전처장 송태섭 대령은 10일 6개월 이상 적은 인원과 총력을 기울여 구축한 우주정보상황실에 대해 자부심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듯했다.
◇우주정보는 우리가 맡는다=육·해·공군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 본부청사에서 남쪽으로 약간 내려온 지역에 자리 잡은 공군연구분석평가단 건물 2층에서 지난 8일 우주정보상황실이 문을 열었다. 20여평 되는 크지 않은 공간 정면에는 8개의 대형 모니터(데이터규브)에서 각종 우주정보들이 시시각각 올라온다.
우주공간에서 활동 중인 위성들의 움직임이 입체적으로 구현되는 3D 위성현황과 한반도를 통과하는 위성들을 기록하는 관측화면이 끊임없이 깜박거리고 있다. 우주공간에서 중요한 위성항법장치(GPS)의 정밀도를 측정하고 적의 재밍 시도를 관찰하는 화면도 조용히 데이터를 올려놓고 있다. 우주기상은 정밀유도무기 작동에 영향을 미친다. 우주기상정보를 관측하는 모니터에는 X선 분포와 강도, 고입자에너지 상황, 지구자기장의 강도들이 주기적으로 기록되고 있다.
송 대령은 “국내외 우주기관들이 수집한 정보들이 이곳에서 종합적으로 분석돼 체계적으로 전파된다”며 “특히 미국 전략사령부의 정보들이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주발전처 요원들은 출근하면 밤새 축적된 정보들을 꼼꼼히 분석한 자료를 군정보망뿐 아니라 항공우주연구원, 천문연구원, 기상청,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전달한다.
우주정보 가운데 한·미가 공동으로 신경 쓰고 있는 것은 위성의 안전이다. 우주에서 위성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적의 주요 무기들의 움직임과 위치, 아군 전투기나 정밀유도무기의 움직임, 기상상황을 수집해 전달하기 때문에 군사작전뿐 아니라 산업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군이 활용하고 있는 첨단무기체계도 대부분 GPS를 포함한 위성통신정보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로버트 워크 미 국방부 차관이 지난달 23일 워싱턴에서 열린 ‘2015 지리공간정보 심포지엄’에서 “적이 미군의 우주전력을 무력화한다면 분쟁지역에 대한 우리군의 첩보능력이 치명적 수준으로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6000여개의 위성이 발사돼 현재 우주공간에서는 1200여기가 활동하고 있다. 한반도 상공을 통과하는 위성만 1000여개가 된다. 많은 위성들이 움직이고 있다 보니 종종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2009년 2월 미국과 러시아의 위성이 충돌해 2000여개의 우주파편이 발생하기도 했다.
우주전력발전과장 전현석 중령은 “우리나라의 위성 주변 2∼5㎞ 이내로 물체가 지나갈 것으로 보이면 3일 전부터 경보가 발령돼 24시간 비상대기에 들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가 운용하고 있는 위성은 6기다.
공군은 우주정보상황실 개관을 계기로 3단계 우주전력구축계획을 진행할 예정이다. 우선 올해부터 우주작전상황도(COP)를 운영해 키 리졸브 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에 적극 활용토록 할 방침이다. 또 2019년까지 오산기지에 전자광학위성감시체계를 설치하고 항공우주작전본부를 창설할 예정이다. 2030년까지 레이더 우주감시체계, 조기경보위성체계 등 우주감시능력을 독자적으로 확보한 뒤 2040년 전후로 적 위성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능력을 구축할 계획이다.
하지만 공군이 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인력과 예산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현재 공군의 우주 분야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50여명에 불과하다. 한양대 김경민 교수는 “미래전은 우주에서 누가 우세를 점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우주군 양성을 위한 국가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우주전=우주전은 미래 사안이 아니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쟁이다. 1991년 걸프전은 위성이 군사적으로 이용된 첫 번째 ‘우주전’으로 꼽힌다. 당시 미국은 정찰위성 8기, 항법위성 10기, 통신위성 21기, 기상위성 5기를 사용했다. 조기경보위성으로 이라크군의 스커드 미사일 공격을 탐지하고 경로를 추적해 패트리엇 요격미사일로 격추시켰다. 또 위성항법신호를 활용해 항공전력의 무장과 크루즈 미사일의 정확한 공격 경로를 입력시킬 수 있었다. GPS로 유도된 무기들은 이라크 지상표적들을 정확하게 타격했다.
1999년 코소보전 발발 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항법위성을 이용해 표적을 찾아내고 무인기를 활용해 표적을 영상촬영한 뒤 GPS 유도형 정밀유도폭탄 JDAM을 사용했다. JDAM이 사용된 것은 코소보전이 처음이다. 2001년 알카에다 소탕전이 시작된 아프가니스탄전쟁에서는 개인휴대용 위성측지항법장비가 등장해 목표물을 탐지하고 GPS로 유도되는 JDAM의 대량 폭격이 실시되기도 했다. 산악지형이 많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통신과 정찰이 어려운 지역에서는 통신위성과 정찰위성이 동원됐다. 아프가니스탄전에서는 100여기의 위성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이라크전에서는 해상도가 15㎝에 달하는 미국의 키 홀 위성과 해상도 1m급 라크로스 고해상도 영상위성들이 이라크 심장부에 자리 잡은 주요 지휘체계와 무기고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정보를 전달해줬다. 군사전문가들은 “위성 등 우주전력을 활용하지 않는 전쟁은 이제는 생각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