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선점 팔 걷은 강대국들] 지구는 좁다… ‘군비 경쟁’ 지구 밖으로

입력 2015-07-11 02:36
공군 우주발전처 요원들이 10일 충남 계룡대 공군연구분석평가단 건물 2층 ‘우주정보상황실’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위성의 움직임을 추적하며 토의하고 있다. 공군 제공
각종 행성들이 특유의 아름다운 색채를 뽐내고 있는, 그지없이 평화로워 보이는 우주공간이 치열한 전쟁터로 변한 지 이미 오래다. 영화 ‘스타워즈’나 ‘우주전쟁’에서 나오는 것처럼 지구를 위협하는 외계인들과 싸우는 전쟁은 아니다. 우주강대국들의 ‘우주우세’를 선점하기 위한 불꽃 튀는 경쟁이 실제 전쟁을 방불케 할 만큼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23일 앞으로 6개월 이내에 ‘우주전쟁센터’를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버트 워크 미 국방부 차관은 워싱턴에서 열린 ‘2015 지리공간정보(GEOINT)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밝혔다. 워크 차관보는 “이전에 ‘사실상의 안전지대’였던 우주공간도 이제는 군사경쟁이 벌어지는 작전지역으로 변했다”고 규정했다. 우주전쟁센터는 미국이 운영하는 인공위성 방어작전을 총괄하고 인공위성으로 수집된 정보를 통합해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 벌어지는 각종 작전을 지원하게 된다. 미국은 이 센터를 위해 50억 달러(약 5조5000억원)에 달하는 우주안보예산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일본도 지난 1월 9일 ‘새 우주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올해부터 10년간 적용될 이 계획의 골자는 우주공간을 안보 목적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기본계획은 “위치측정, 통신, 정보수집을 위한 우주 시스템을 외교·안보정책·자위대 운용에 직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정비한다”고 규정했다. 일본이 우주의 군사적 이용방침을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과 일본은 이미 지난해 공동우주정찰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새로운 우주강국으로 무서운 속도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공동작전인 셈이다. 프랭크 로즈 미 국무부 차관보는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이미 반위성(anti-satellite) 미사일 실험을 진행했다”며 “(미·일) 공동우주정찰은 새로운 위험이 초래될 수 있는 상황을 예방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미국이 위협적이라고 느낄 만큼 중국의 우주전력은 막강하다. 지난해 7월 23일 중국은 DN-1 위성타격용 요격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각종 기상정보와 표적정보를 획득하는 인공위성들이 집중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궤도 인근으로 발사된 것으로 분석됐다.

2007년 1월 11일 중국은 쓰촨성 시창 우주센터에서 DF-21 미사일을 개조한 KT-1 로켓을 발사해 860㎞ 고도에 있던 자국 기상위성 펑원-1C를 파괴했다. 군사전문가들이 ‘중국판 스타워즈’로 명명했던 이 실험에서 중국은 음속 7배 속도의 미사일로 음속 20배로 움직이는 위성을 맞히는 고난이도 기술을 과시해 전 세계를 긴장시켰다.

국제적인 전략평가 기관인 국제평가전략센터의 중국군사문제전문가 릭 피셔는 최근 한 세미나에서 "중국은 광범위한 우주전투 능력을 구축하고 있다"며 "2020년쯤 되면 중국은 지상발사 위성요격미사일 시험을 끝내고 공중에서 발사하는 요격미사일 시험발사를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한국은 지난 8일에야 국내외 우주정보를 분석하고 우주작전 상황도를 운영하는 '우주정보 상황실'을 열었다. 공군이 운용하는 이곳은 국가 차원의 첫 상황실이다. 군사위성 수십 개를 운용하며 군사작전에 활용하고 위성파괴 미사일까지 갖춘 주변국 우주전력에 비하면 초라하다. 하지만 우주자산의 중요성을 뒤늦게나마 인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