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살스러운 얼굴의 사자가 지엄한 인장 위에 올라가 있다. 조선의 왕비 인장은 묵직한 놋쇠에 ‘내교(內敎)’라는 글씨가 전서체로 새겨졌다. 궁중 물품은 이 인장이 찍혀야 지출된다.
왕실 재산을 관리하던 궁방은 지출 물품의 종류와 액수를 점검한 장부에 왕비 인장을 찍었다. 왕비가 궐내에서 행사하던 실권은 곳간을 장악해서 나왔고, 온갖 귀중품과 궁중 필수품은 왕비 인장의 날인으로 사용처가 정해졌다.
조선 왕비의 인장은 두 가지였다. 왕비 책봉 때나 사후 추존 때 만든 거북 모양 어보와 궁중생활에서 사용된 사자 모양 내교 인장이다. 역대 왕비 인장 중 남아 있는 내교 인장은 오직 2점뿐이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지난 7일 개막한 개관 10주년 ‘조선의 왕비와 후궁’ 특별전에서 모두 공개했다.
이종숙 학예연구사는 “규장각에 소장된 명례궁봉화책 등 왕실 회계문서에 내교 인장이 찍혀 있다. ‘고종실록’에 여러 차례 만들거나 보수한 기록을 보면 다양하게 사용되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내교 인장은 조선의 왕비가 궁중에서 행사했던 재산 처분권을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8월 30일까지 전시된다.
최성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
[톡톡! 한국의 문화유산] 처음 공개하는 조선 왕비 인장
입력 2015-07-10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