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강과 산맥의 이름을 외우는 과목 정도로 여겨지는 지리학은 원래 제국주의 학문이었다. 19∼20세기 초 유럽 제국은 식민지를 효과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지리를 연구했다. 이후 지리학은 유럽 민족주의에 흡수되었고 일부 학파는 나치의 전략적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는데 이용되기도 했다.
유럽에서 지리학이 중요한 학문으로 여겨졌던데 비해 한국과 미국에서는 그다지 연구되지 않았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팽창정책을 추진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미국은 ‘세계의 중심’인 만큼 ‘그 밖의 세계’를 연구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지리학은 제국주의 시대 이상으로 핵심 학문이 됐다. 오늘날의 세계는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상호작용을 한다. 메르스가 한국에서 기승을 부리고 IS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처럼 급변하는 세계를 이해하고 예측할 방법은 없을까? 저자는 ‘지리학’이라고 답한다. 저자는 국제 관계를 움직이는 모든 사건이 공간적 개연성을 갖고 있어 지리적 시각으로 보지 않고서는 그 본질을 이해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책은 자연 지리부터 인문 지리까지 아우르는 풍부한 지리학적 지식과 통찰을 통해 숨 가쁘게 돌아가는 국제정세 흐름을 풀어낸다. 미 국무부의 해외 파견 외교관 필독서다.
장지영 기자
[손에 잡히는 책] 숨 가쁘게 돌아가는 국제정세 흐름 풀어내
입력 2015-07-10 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