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정부와 무장단체 탈레반이 7∼8일(현지시간) 파키스탄에서 직접 접촉을 가진 것으로 전해지면서 2001년 아프간전쟁 이후 10여년째 이어진 내전을 종식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은 7일 탈레반 지도부가 아프간 고위 관계자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만났다고 보도했다.
아프간 대통령실과 파키스탄 외교부도 각각 트위터와 성명을 통해 이 사실을 확인했다. 파키스탄 외교부는 8일 성명을 통해 양측이 이날까지 회담에서 아프간의 재건과 평화를 위한 견해를 교환했으며 다음 회담은 이슬람 단식성월인 라마단이 끝난 이후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NYT는 그동안 아프간 정부와 대면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내세워오던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 대표와 만난 것은 기존의 강경한 입장이 완화된 징후라고 분석했다. 아프간에서도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영향력이 미치면서 입지가 좁아진 탈레반은 지난달 아프간 내전의 정치적 해결을 찾기 위해 카타르에 정치사무소를 개설했다.
이번 만남은 지난해 취임 이후 내전 종식을 위해 지난 7개월간 평화협상에 공을 들인 가니 행정부의 첫 가시적 성과로 평가된다. 조시 어니스트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회담을 “믿을 수 있는 평화 국면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진전”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런 결과가 있기까지 주변국의 역할도 컸다. 특히 이번 회동 장소를 제공한 파키스탄의 역할이 커진 것이 눈여겨볼 점이라고 WP는 분석했다.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모두 파키스탄의 개입을 원하지 않았지만 가니 대통령의 외교적인 노력들이 파키스탄의 협조를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담에도 파키스탄 관계자가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한 미국과 중국 관리들과 함께 배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카타르, 노르웨이, 중국 등이 지난 몇 달 새 아프간과 탈레반 관계자의 회동 장소를 제공했다.
그러나 아직 회담이 구체적인 결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낙관할 수 없다. 아프간 탈레반 내에도 평화협상에 대한 이견이 남아 있으며 자비울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도 이렇다 할 공식 성명을 내놓지는 않았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아프간·탈레반 첫 평화협상… 10여년 끌어온 내전 끝낼까
입력 2015-07-09 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