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그리스發 쇼크… 세계경제 심상찮다

입력 2015-07-09 02:40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6% 가까이 폭락한 8일 상하이의 증권회사에서 한 투자자가 컴퓨터 화면을 보며 시름에 잠겨 있다. 각종 부양책에도 중국 증시가 연일 폭락세를 이어가며 그리스 사태를 능가하는 화약고로 떠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세계경제가 심상치 않다. 그리스 사태를 풀 해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미국과 함께 세계경제의 양대 축인 중국 경제마저 휘청거리고 있다. 급기야 국제통화기금(IMF)은 ‘예고된’ 악재인 미국 금리 인상 시점을 내년 상반기로 늦출 것을 권고했다. 대외적 요인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우리 경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그리스 사태는 세계경제에 2011년 남유럽 재정위기보다 더한 충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현실화되면 유로존 전체 실물경제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시장 동요는 이미 시작됐다. 시발점은 거칠 것 없이 질주하던 중국 증시다.

8일 홍콩 봉황망에 따르면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상장된 2800여개 기업 중 절반가량인 1400개 기업이 거래정지를 신청했다. 불과 한 달여 만에 30%가 폭락하는 패닉 장세에 기업들이 버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정부의 부양책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 25일부터 7일까지 네 차례 긴급 유동성 지원 명목으로 500억 위안(약 9조원)을 증시에 쏟아부었지만 이날도 상하이종합지수는 5.9%(219.94포인트) 급락한 3507.19로 마감했다.

중국발 공포심리는 우리를 비롯해 아시아 금융시장도 강타하고 있다. 신용(외상)거래가 많은 중국 증시의 특성을 빗대 ‘중국판 서브프라임 사태’가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IMF는 세계경제에 위기감이 돌고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경고하고 나섰다. IMF는 전날(현지시간) 미국경제에 관한 연례 분석 보고서에서 그리스와 중동, 우크라이나 등지의 정치·경제적 격변과 함께 글로벌 경제성장 침체가 미국의 향후 성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을 늦출 것을 제안했다.

우리 경제는 메르스 파동이 잠잠해지자 대외 악재에 휘말렸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발표한 ‘최근 경제 동향’에서 경기 상황에 대해 낙관 대신 비관적 요소가 많음을 인정했다. 기재부는 “메르스로 인한 불안심리로 회복세를 보이던 소비, 관광·여가 등 서비스업 활동이 둔화되고 그리스 채무협상 관련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등 대내외 위험 요인이 증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스 사태로 인한 세계 소비시장 위축으로 가뜩이나 정체된 우리 기업의 수출은 활로를 뚫기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여기에 환율과 증시 등 금융시장 불안까지 겹치며 경기가 단기간에 살아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전 세계 경제 중 미국 외에는 제대로 돌아가는 곳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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