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대행업체에서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배종혁)의 소환조사가 예고된 새정치민주연합 박기춘(59) 의원이 지역구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하며 여러 이권을 챙겼다는 정황과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주민 민원에 따라 유치한 우편취급국이 박 의원 후원회사무소 옆에 들어섰는데, 운영자는 그의 차남으로 확인됐다. 그가 장기간 감사 등으로 재직하며 부동산 매입 등에 필요한 자금을 빌린 지역 새마을금고에서는 박 의원의 동생(55)이 얽힌 횡령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민원 명목으로 아들 직장 마련?=2013년 6월 20일 개소한 장현우편취급국은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장현리 351-15, 박 의원 소유의 대지 위에 있다. 장현리 주민들이 오래도록 신설을 희망한 이 우편취급국의 바로 옆 건물은 박 의원의 후원회사무소다. 당시 민원을 주도한 지역 단체에 따르면 경인지방우정청은 신설 불가 취지의 회신을 보내오다 2012년 3월 18일 “검토해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편취급국이 세워진 장소를 감안하면 당국의 태도 변화는 박 의원이 직접 우편취급국 신설 의지를 내비친 영향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주민간담회에서 우체국의 신시가지 이전 뒤 불편이 크다는 민원을 수렴했고, 본인이 직접 운영자와 터를 거론하며 추진을 약속했다고 전해졌다. 박 의원은 2013년 4월 17일 남양주시의 건축허가를 받아 건축주이자 현장관리인으로서 351-15 대지에 1층 건물을 올렸다.
지역주민의 바람대로 ‘시설’을 유치한 셈이지만 박 의원의 처신이 부적절하다는 여론도 생겨났다. 후원회사무소 옆에 세우다 보니 왕래가 잦은 중심부가 아니라 마을 초입에 있어 불편하다는 것이다. 공적 민원을 명분삼아 결국 가족의 직장을 마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경인지방우정청에 따르면 2017년 11월까지 장현우편취급국에서 우체국 창구업무를 하기로 계약된 수탁자는 박 의원의 차남이다.
박 의원은 지난해 7월 차남에게 우편취급국 건물의 소유권을 이전했다. 분리된 토지는 박 의원이 여전히 갖고 있는데, 2013년 1월 1일 59만2000원이었던 공시지가가 6개월 뒤 141만원으로 급등했다. 근린생활시설의 신축을 고려하더라도 공시지가 오름폭이 크고, 소유주에게는 장기적으로 이익이 될 것이라는 게 부동산업계의 평가다.
◇의원이 ‘사랑한’ 새마을금고=알짜배기 땅이 된 이 토지를 박 의원이 매입한 시기는 2011년 5월이다. 당시 박 의원은 여러 토지를 담보로 잡히고 진접새마을금고에서 7800만원을 대출받았다. 박 의원은 앞서 2009년 9월에도 거주하던 진접읍 아파트를 담보로 진접새마을금고에서 2억3400만원을 빌렸다.
이 진접새마을금고에 박 의원은 우수고객 이상의 존재다. 등기부에 따르면 박 의원은 1992년 4월 진접새마을금고를 창립한 초대 이사장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임기(4년)를 채 1년도 채우지 못하고 93년 3월 이사장직을 사임했다. 이를 두고 진접새마을금고 창립이사들은 “박 의원의 동생이 연루된 새마을금고 횡령 사건이 있었던 영향”이라고 설명한다.
문제의 분양대행업체에서 2억5000만원을 수수한 정황이 포착된 박 의원의 동생 역시 형과 함께 진접새마을금고의 창립이사였다. 그가 창립 초기 친척과 함께 자금을 유용한 사건이 있었다는 게 창립이사들의 증언이다. 당시 이사장이었던 박 의원은 다른 창립이사들에게 돈을 빌려가며 진접새마을금고의 횡령액을 대신 변제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창립이사들은 박 의원의 동생에게 부동산 가압류를 걸어 수년 뒤에야 빌려준 돈을 받았고, 일부는 출연금 손실을 감내하고 새마을금고를 빠져나갔다.
박 의원은 일견 불명예스럽게 이사장직을 내려놨으면서도 진접새마을금고에서 크고 작은 임원직을 유지했다. 이사장직 중도 사임 직후 이사로 등기됐고, 99년부터 올해 초까지는 감사로 활동했다. 현직 국회의원이 소규모 새마을금고의 감사직 선거에 계속 도전하고, 그 와중에 많은 대출을 받은 것은 지역사회에서 각종 뒷말을 낳았다. 지난해 11월 국회는 박 의원에게 진접새마을금고 감사 겸직 불가 통보를 내렸고, 이에 따라 박 의원은 올 2월 감사직을 사임했다.
이경원 나성원 기자 neosarim@kmib.co.kr
[단독] 의원님의 ‘수상한 행보’… 민원 내세워 유치한 우편취급국 자기 땅에 설립, 아들을 운영자로
입력 2015-07-09 02:29 수정 2015-07-09 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