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에게 자녀는… “삶의 기쁨이자 경제적 부담”

입력 2015-07-09 02:30

‘자녀는 부모에게 기쁨을 주는 존재지만 경제·사회적 부담도 준다.’ 자녀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은 이처럼 양면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미숙 연구위원은 8일 ‘보건복지이슈앤포커스’ 최신호에서 ‘자녀의 가치에 대한 국제 비교’ 결과를 공개했다. 2012년 실시된 ‘국제사회조사프로그램(ISSP)’ 조사 결과를 토대로 9개국의 자녀에 대한 인식을 비교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스웨덴 일본 중국 대만의 1만8063명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김 연구위원은 간략한 6개 문장에 각국 사람들이 매긴 점수를 비교했다. ‘자녀는 부모에게 기쁨을 준다’는 문장에 한국인(1396명)은 4.26점을 줬다. ‘매우 그렇다’는 5점, ‘전혀 그렇지 않다’는 1점인 설문이었다. 스웨덴(4.43점) 독일(4.42점) 중국(4.35점) 일본(4.30점)에 비해 다소 낮았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

점수가 벌어진 건 부정적 문장에서였다. ‘자녀는 부모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문장에 한국인은 가장 높은 3.30점을 매겼다. 스웨덴(1.99) 영국(2.23점) 미국(2.24점)과는 큰 인식 차이를 나타냈다. 대만은 3.26점, 중국은 3.00점이었다. ‘자녀는 부모에게 경제적 부담이 된다’는 항목에서도 한국은 세 번째로 높은 3.26점이었다. 스웨덴이 2.51점으로 가장 낮았고 미국 2.56점, 영국 2.74점 등이었다.

‘자녀는 부모의 경제적 활동을 제한한다’에도 한국인은 독일(3.29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3.25점을 부여했다. ‘자녀로 인해 부모의 지위가 상승한다’는 3.17점으로 9개국 평균(3.04점)보다 높았다. ‘성인 자녀가 노부모에게 도움이 된다’는 9개국 중 3번째로 점수가 낮았다. 자녀에게 노후를 의지한다는 인식이 많이 약해졌음을 보여준다.

이번 분석 결과는 자녀양육에 대한 경제적·사회적 부담을 줄여줘야 출산율이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ISSP 조사에서 한국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녀 수는 2.72명으로 9개국 가운데 가장 많았다. 반면 현실에서 합계 출산율은 1.24명으로 대만(1.11명)에 이어 끝에서 두 번째다.

김 연구위원은 “출산과 자녀양육을 담당하는 35∼44세에게 필요한 정책을 개발하고 집중 지원해야 출산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학력자일수록 자녀로 인한 비용과 개인의 활동 제한을 더 부담스러워한다”면서 “이들이 자녀를 쉽게 키울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