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매년 복지예산을 큰 폭으로 올리고 있지만 관리 부실로 막대한 금액이 엉뚱한 곳에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한 해 동안 기초연금 및 기초생활급여 352억원, 의료급여 504억원, 국가장학금 442억원 등 총 1298억원이 낭비됐다.
억대 주식을 가진 사람이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는가 하면, 한 학기 등록금의 네 배에 달하는 장학금을 받는 대학생도 있었다.
이렇게 낭비된 복지 재정은 최근 3년 간 무려 4461억원이나 됐다.
충청북도 음성에 사는 A씨는 2013년 10월 5억원을 출자해 건설 회사를 설립, 주식 5만주를 보유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7월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같은 해 12월까지 192만원을 받았다. A씨가 자신의 주식이 비상장주식이란 이유로 이를 음성군에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감사원이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A씨처럼 비상장주식을 보유한 기초수급자는 2만5000여명이었으며, 인정소득액 산정에서 누락된 금액은 1조2000억원이었다. 이 금액을 재산에 포함시켜 다시 계산한 결과, 6200여명에게 38억원이 잘못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북도 영천에 사는 B씨는 지난해 7월 기초수급자로 선정됐다. 그는 선정 2개월 뒤인 같은 해 9월 2억5000만원을 보증금으로 내고 가게를 열었지만 이를 신고하지 않아 기초수급자 자격을 유지했다. C씨 또한 2013년 11월 보증금 1억원을 내고 서울 강남구에 안마시술소를 열었지만 역시 이를 신고하지 않았고 기초급여 846만원을 받았다.
감사원에 따르면 B씨와 C씨처럼 임차보증금을 보유한 기초수급자는 7686명이었으며, 총 금액은 799억원에 달했다. 이들 중 보증금이 2000만원을 넘는 1222명을 표본으로 조사해본 결과, 467명에게 33억원이 잘못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직장이 있는데도 기초생활급여를 받는 사람은 1만8000여명이었다. 이들 중 월평균 봉급이 100만원을 넘는 4077명을 조사해보니 1387명에게 49억원이 잘못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또 조사 대상이 아닌 사람 중 5000여명이 232억원을 부당 수급한 것으로 추정했다.
국가장학금 관리도 엉망이었다. 공익법인 또는 민간기업의 장학금 지원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아 이중·삼중으로 장학금을 받는 이른바 ‘장학금 귀족’을 양산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대학생 D씨는 지난해 2학기 국가장학금으로 225만원을 받은 데 이어 모교와 외부 장학재단 등 기관 4곳으로부터 800만원을 추가로 받았다. 그의 한 학기 등록금은 247만원에 불과해 778만원을 ‘용돈’으로 받은 셈이다. E씨 또한 부모의 직장에서 2012년 1학기 등록금 570만원을 전액 지원받았지만 국가장학금을 다시 신청해 570만원을 추가로 받았다.
이처럼 중복 수혜자가 속출하는데도 잘못 지급된 장학금을 돌려받을 방법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장학금 중복 수혜자는 5만여명이며, 미반납 금액은 442억원이었다.
감사원은 지난 1월부터 2개월간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등 20개 기관을 대상으로 ‘복지사업 재정지원 실태’를 감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8일 밝혔다.
감사원은 이들 기관에 39건의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등 총 52건의 감사결과를 시행했다. 감사원은 제도개선을 통해 연간 1524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줄줄 새는 복지 예산… 그러고도 예산 타령
입력 2015-07-09 0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