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서 강제추행… 운전면허 취소 정당

입력 2015-07-09 02:56
자동차 안에서 강제추행을 저질렀다면 운전면허 취소 사유가 될까. 자동차를 범행의 도구·장소로 사용했기 때문에 운전면허를 취소한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단독 김수연 판사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유예 판결을 받은 A씨가 서울지방경찰청을 상대로 낸 자동차 운전면허 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 자신의 공장 종업원인 B씨를 집에 데려다주겠다며 차에 태운 뒤 바지 지퍼를 내리는 등 강제추행한 혐의로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경찰은 ‘A씨가 자동차를 이용해 강제추행을 했다’는 이유로 그의 1종 대형·보통 운전면허를 모두 취소했다. A씨는 면허 취소가 부당하다며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지난 3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청구를 기각하자 “자동차를 이용해 강제추행한 사실이 없고, 면허가 없으면 생업에 지장을 받아 가족 생계가 어려워진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판사는 “검찰의 피의자 신문 내용과 피해자 진술 등을 고려하면 A씨가 자동차를 이용해 B씨를 강제로 추행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A씨가 주장하는 여러 사정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면허 취소로 입게 될 당사자의 불이익보다는 범죄예방 등 공익상의 필요가 더 크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5월 자동차를 도구·장소로 이용해 살인이나 강도, 강제추행 등의 범죄를 저지를 경우 ‘반드시’ 범인의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한 옛 도로교통법 조항을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이 경우 운전면허를 반드시 취소하는 게 아니라 행정청이 재량에 따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