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승민 사퇴 이후의 최대 과제도 당청 소통

입력 2015-07-09 00:21
드디어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거취 문제가 매듭지어졌다. 새누리당이 8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수로 ‘사퇴권고’를 추인하고, 유 원내대표가 이를 수용함으로써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발언으로 촉발된 당청 간 갈등과 친박·비박 간 전면전은 일단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 축출은 내분과 갈등이 더 이상 계속되면 공멸한다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위기의식에서 나온 불가피한 선택일 뿐 근본 해결책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 의원은 한 사람도 없을 게다.

그런 점에서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당청 간, 계파 간 집안싸움은 당과 청와대에 치유하기 힘든 상처만 남긴 마이너스섬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당청 간, 당 내부의 소통 부재에 있다. 책임 있는 여당이라면 마땅히 책임을 공유해야 했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를 희생양 삼기에 바빴다. 물론 그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 그가 물러났다고 해서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책임이 반감되진 않는다.

사태의 발단에서 전개, 결론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김 대표가 국민에게 약속한 수평적 당청 관계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통령도 당원으로서 당무에 의견을 개진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당무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게 되면 당청 분리 원칙은 깨질 수밖에 없고 양김시대의 잔재인 제왕적 총재제로 회귀할 게 뻔하다. 유 원내대표가 퇴임의 변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헌법 1조 1항의 가치 훼손을 우려한 이유다.

여권의 내분은 국정 혼란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새누리당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유 원내대표를 사퇴시킨 이유도 서둘러 혼란을 막으려는 데 있다. 하지만 누가 후임 원내대표가 되든 내분이 쉽게 아물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원내대표 선출 과정에서 친박·비박의 세 대결을 피할 수 없어 잠시 물밑에 잠복한 뇌관이 터질 개연성은 충분하다. 대야 관계는 더 심각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유 원내대표 사퇴를 “대한민국 정치사의 치욕”으로 규정, 대여 강경 투쟁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의 총체적 난국을 과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수습할 능력과 의지가 있느냐는 점이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달라져야 한다. 국정의 최종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그럼에도 내 탓은 없고 네 탓만 하는 화법으로는 야당은 고사하고 국정을 함께 이끌어야 할 여당마저 포용할 수 없다. 대통령 본인의 소신과 정치철학만 중요하고 타인의 소신은 무시한 채 배신이나 ‘개인이 살아남기 위한 정치’로 여기니 오만의 정치, 독선의 정치라는 비판이 지속되는 것이다. 지금 같은 훈계정치에서 벗어나 쌍방향정치로 가야 여권의 갈등을 수습하고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