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사퇴] ‘최악사태’ 막은 金, 손익 계산서 ‘제로’

입력 2015-07-09 02:40

‘새누리당 파국’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로 혼란스러운 새누리당을 안정시켜야 하는 어려운 짐을 짊어지게 됐다. 당청 관계 복원도 그의 몫이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8일 “‘유승민 거취’ 정국이 계속되면서 가장 마음고생 한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김 대표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2일 김태호 최고위원이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거듭 주장하자 버럭 화를 내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정신적으로 괴로웠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유승민 거취’ 정국 초반에는 중재자의 역할을 지켰다. 그는 “박 대통령을 유 원내대표가 이길 수 없고, 유 원내대표를 배신자로 낙인찍어 사퇴시키는 것도 동료로서 못할 도리”라며 중간자적 스탠스를 취했다.

하지만 그는 서서히 유 원내대표의 명예퇴진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선회했다. 김 대표가 지난달 29일 말했던 것처럼 “당 대표로서 어떠한 경우라도 당의 파국은 막아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김 대표는 유승민 거취 정국 내내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중재자의 역할을 맡았을 때는 ‘오락가락’ ‘어정쩡’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명예퇴진 쪽으로 기울었을 때는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이 ‘지도부 공동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국회법 개정안에서 비롯된 이 모든 혼란의 책임이 유 원내대표한테만 있는 게 아니라 김 대표를 포함한 최고위원들에게도 있다는 주장이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유승민 거취’ 정국을 해결한 김 대표의 정치적 손익계산서는 ‘제로’”라고 표현했다. 얻은 것이 있는 만큼 잃은 것도 크다는 것이다.

우선 김 대표는 유 원내대표 사퇴를 이끌어내면서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의 지지를 받았다. 청와대와 김 대표가 더욱 가까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를 지지했던 쇄신파와는 멀어졌다. 다른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김 대표에 각을 세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그렇게 된다면 김 대표에겐 쉽지 않은 정적이 생긴 셈”이라고 지적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