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 볼리비아 방문을 앞두고 특별한 부탁을 했다. 볼리비아 정부에 “코카잎을 씹고 싶으니 준비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볼리비아 사람들에게 코카는 ‘성스러운 잎’이다. 1000년 넘게 코카를 재배해왔고 오늘날도 800만여 명이 매일 코카를 소비한다. 영양적, 의약적 효험이 높기 때문이다. 교황이 코카잎을 씹는 것은 그 명예에 대한 존중의 의미가 있다.
볼리비아 농민들은 코카를 팔아 기본생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코카는 마약을 연상시켰다. 그 막후에는 미국이 있었다. 미국은 코카인의 주요 공급지로 콜롬비아와 볼리비아를 꼽고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코카 재배자들은 ‘마약범죄의 공범’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이에 대항해 코카의 주권 회복에 앞장선 이가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다.
코카 재배자 출신인 모랄레스는 2005년 토착민으로는 최초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모랄레스는 무분별한 민영화, 정치인의 기만적 공약, 국가의 사유화 등 탐욕의 정치에서 민주주의 실현, 토착민 전통 제도화, 다양성과 공동체 구축 등 민중의 정치로 대변혁을 일으켰다. 국제정치경제학자인 저자는 오늘의 볼리비아를 일으켜 세운 모랄레스 대통령과 현대사를 집약했다. 문선유 옮김.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손에 잡히는 책] 코카의 ‘주권 회복’ 앞장선 볼리비아 대통령
입력 2015-07-10 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