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질주하고 있다. 그 속도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고, 그 활기는 거의 광적이다. 지난 30∼40년의 세계사를 말할 때, 또 앞으로 20∼30년의 세계사를 말할 때, 중국의 질주보다 더 압도적인 사건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중국의 질주를 추동하는 동력은 무엇인가? 중국과 중국인들은 왜 미친 듯이 달리고 있는가? 그들은 무엇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인가?
미국의 젊은 저널리스트 에번 오스노스는 2005년부터 2013년까지 8년을 베이징에서 살면서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과 주간지 ‘뉴요커’의 중국특파원으로 일했다. 그는 21세기 초의 현대 중국을 바라보면서 부와 성공에 대한 열망으로 타올랐던 19세기 말 미국의 ‘도금 시대’를 떠올린다.
“중국은 종종 과도기의 미국을, 마크 트웨인과 찰스 워너가 ‘모든 사람에게는 그들의 꿈과 나름의 계획이 있다’라는 말과 더불어 ‘도금 시대’라고 명명했던 시기를 떠올리게 한다.”
에번 오스노스는 현대 중국들에게 내재한 시대정신을 ‘야망’이라고 분석하면서 현대 중국을 ‘야망의 시대’로 규정한다.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 인생을 바꾸려는 개인들의 열망인 야망을 원료로 지금 중국이 달리고 있다는 것인데, 과감하고 설득력이 있다.
중국인들의 야망은 무엇보다 부를 향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감춰왔고 감추려고 하는 사실을 알고자 하는 ‘진실에 대한 야망’, 새로운 사상이나 문화, 종교 등에 대한 허기를 포괄하는 ‘믿음에 대한 야망’도 그 못지않게 강렬하다.
야망은 기회에서 왔다. 꽉 막혔던 사회가 개혁개방으로 갑자기 열리면서 부자가 될 기회가 생겼고 배우자를 선택할 기회, 직업을 선택할 기회, 도시로 이주할 기회, 해외여행을 할 기회, 쇼핑할 기회 등 이전에는 없었던 수많은 새로운 기회들이 생겨났다.
타이완의 전도유망한 청년 장교였던 린이푸는 중국으로 망명해 나중에 세계은행 부총재가 됐고, 시골 출신의 여공인 공하이난은 자기 짝을 찾기 위해 온라인 데이트 회사를 만들었는데 이 회사가 나스닥에 상장됐다. 영어 강사 리양은 “큰 소리로 발음하라”는 단순한 영어교육법 하나로 중국 최고 부자 반열에 올랐다.
저자는 새로운 기회를 타고 야망을 이룬 여러 인물들을 인터뷰했다. 또 데이트 모임에 참석해 중국 젊은이들의 물질주의적 결혼관을 엿보고, 중국인 단체여행객과 함께 유럽 여행을 하면서 그들의 정신적 혼란을 포착하는가 하면, 유료강좌에 참석해 ‘영어 광풍’을 체험하기도 한다.
스펙터클하면서도 우아한 문체로 작성된 이 매혹적인 르포에 따르면, 중국 사회는 뜨거운 자기계발 바람에 휩싸여 있다. 그 바람은 처음엔 중국 해안 도시에서 시작해 내륙 깊숙한 곳, 예를 들면 시골 소녀 공하이난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야망은 중국인을 질주하게 하는 힘이었지만, 중국 정부를 딜레마로 몰아넣은 원인이기도 하다. 진실에 대한 야망, 믿음에 대한 야망이 함께 끓어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은 더 이상 평등을 약속하거나 고생을 끝내 주겠다고 약속하지 않는다. 그들이 약속하는 것은 오로지 번영과 자부심, 힘뿐이다. 그리고 한동안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은 보다 많은 것을 갈구했고 어쩌면 다른 무엇보다 정보를 갈망했다.”
저자는 야망의 시대에 내포된 권위주의와 개인의 갈등을 다각도로 드러낸다. 정부 비판 잡지를 발행하는 후수리,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작가 류샤오보, 미술가 아이웨이웨이 등 중국 반체제 대표 인사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의 엄청난 인기와 가정교회 등 종교 시설의 확산에 대해서도 보고한다. 한 작가는 “기독교는 중국에서 어쩌면 가장 큰 비정부기구일 겁니다”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언론을 장악하고, 반체제 인사들을 투옥시키고, 인터넷 검열의 수준을 높여가는 식의 대응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의 이 엄청난 욕망과 에너지, 갈등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저자는 “외부로 향해 서방을 겨냥할 것인가, 아니면 내부로 향해 국가를 겨냥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중요하다면서도 결론을 유보한다. 다만 “중국이 정치학자들이 ‘민주화 이행 구간’이라 부르는 영역에 진입했다”는 판단을 덧붙이고 만다.
현대 중국과 중국인을 다룬 책들은 수없이 많지만 진정으로 ‘현대’적인 경우는 많지 않다. 이 책은 지금 이 순간 중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지금 중국인들의 내면에 가득한 욕망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지금 중국의 가까운 과거와 미래에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제법 두꺼운 책이지만 한 번 잡으면 놓기 어렵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책과 길] 야망으로 끓어넘치는 중국·중국인에 대한 르포
입력 2015-07-10 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