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은 별도의 상고법원 대신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만 선별해 심리하는 ‘상고허가제’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1981년 대법원 사건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상고허가제를 시행했지만,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에 밀려 90년 폐지했다.
미국은 88년 상고허가제를 전면 도입했다. 상고 당사자가 연방대법원에 상고허가신청을 하면 9명의 대법관이 이를 허가할지 심사한다. 허가 기준은 연방항소법원 또는 주(州)최고법원 판결이 각각 상충되거나, 통상의 재판 과정을 과도하게 벗어났을 경우 등이다. 하급심에서 사실관계 판단이나 법 적용을 잘못한 경우는 해당하지 않는다. 연방대법원에 매년 접수되는 9000여건의 상고허가신청 중 본안심리를 진행하는 사건은 약 1%인 80∼100건에 불과하다.
영국도 대법관 3명으로 구성된 상고위원회에서 ‘일반 시민에게 중요한 법적 쟁점을 포함하고 있어 대법원이 심리해야 한다’고 인정할 때만 상고를 허가한다. 영국의 상고허가신청 건수는 연간 200∼250건에 불과하다. 이 중 절반도 안 되는 60∼80건만 심리한다.
독일은 민사사건에 대해서는 상고허가제를 적용하고, 형사사건은 대법원과 고등법원에서 일부 항소심을 담당한다. 단순 개별재판에서 법 적용이 잘못된 것은 상고허가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
일본은 상고 신청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는 ‘상고수리제’를 시행하고 있다. 민사 소액사건은 고등법원이 상고심을 담당하고, 고액이거나 원심 판결의 법해석을 다툴 때는 최고재판소가 맡는 방식이다. 프랑스는 ‘사건심사제’를 통해 적법한 상고 대상이 아닌 사건들을 골라내고 있다.
양민철 기자
[상고법원 논의 1년, 문제 없나] 선진국은 상고법원 대신 상고허가제 시행 중요 사회적 사건만 선별 심리
입력 2015-07-09 0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