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왕따’ 막아야 할 담임교사가 되레 앞장서다니

입력 2015-07-09 00:21
모든 학부모들에게 자녀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와 1학년은 가장 민감한 시기다. 아이가 집단생활과 규율에 적응을 잘 할까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 제주시 한 초등학교의 1학년 학급에서 조직적 왕따 사건이 일어났고, 그것도 담임교사가 주도했다는 소식은 그래서 충격적이다. 7일 학부모들에 따르면 이 학급 담임교사는 학생들로 하여금 특정 학생들을 ‘1일 왕따’하도록 지시했다. ‘1일 왕따’가 된 학생들에게 하루 종일 말을 못 하게 했고, 그 학생과 말을 한 어린이까지 ‘1일 왕따’로 추가해 집단 따돌림을 하도록 했다니 교사의 정신상태가 의심스럽다.

지난 2일부터는 2명의 학생이 ‘5일 왕따’로 지정되는 등 학급 24명 중 10여명이 왕따 처벌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학생 일부는 밤에 오줌을 지린다든지 새벽에 일어나 가방을 싸는 등 이상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모두 앞으로 학교를 어떻게 생각하며 학업을 이어갈지 걱정된다. 학교 측은 자체 조사 중이지만 학부모들은 해당 교사의 타교 전출을 요구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엄정한 징계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의 가학심리라는 병리현상이 학교폭력에까지 얼마나 광범위하고, 심각하게 침투해 있는지를 보여준다. 어린 학생에 대한 지도 과정이 조직폭력배가 배신자 다루는 방식을 닮았다는 게 분노를 자아낸다. 너무 극단적 사례라서 일반화할 수 없을지 몰라도 이런 극단이 발생한다는 것 자체가 그보다 정도가 덜한 학생-교사 간, 학생-학생 간 학대가 만연해 있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학교 교육은 자립심과 협동심을 균형 있게 배양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교육은 자립심을 지나치게 강조해 왔다. 그러나 미래 산업의 특성과 만연한 여러 불균형을 감안할 때 국가는 조직 안에서 협동할 수 있는 능력을 더 요구하고 있다. ‘함께 가는’ 교육을 교육과정 안에 더 크게 반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