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법원 논의 1년, 문제 없나] “현 상황서 최선책” vs “4심제 변질 우려”

입력 2015-07-09 02:53

법학 전문가 사이에도 상고법원을 놓고 찬반(贊反)이 뚜렷하게 갈린다. 도입을 반대하는 쪽은 ‘국민이 아닌 법관을 위한 정책’이라고, 찬성하는 쪽은 ‘현재 상황에서 최선의 방안’이라고 말한다.

손경한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고법원 설치는 궁극적으로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가 아니다. 대법원이 상고법원을 만들어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과 예산, 인적 자원을 1·2심 강화에 투자하는 것이 올바른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고법원 도입은) 4심제를 초래하는 꼴이 될 것”이라며 “고등법원 부장판사, 법원장 등의 인사 적체를 해소하려는 방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상고법원 재판의 변호사로 상고법원 출신 판사를 쓰는 ‘전관예우’도 생기게 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상고 건수가 연간 3만8000건에 달하는 상황에서 상고법원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김명숙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오해받기 좋은 제도이긴 하다”며 “다만 현재 대법관이 실질적으로 재판기록을 다 보지 못하고, 밑에 재판연구관이 정리해 준 조사보고서를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상고법원은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상고법원이 ‘상고허가제’를 대신하는 차선책이라는 주장도 있다. 대법원 상고 사건에 제한을 두는 상고허가제가 당장 어려우니 상고법원으로 그나마 보완하자는 것이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이 담당하는 3만건이 넘는 판결 중 우리 사회의 다양한 쟁점이나 이슈를 담아내는 전원합의체 판결은 1년에 10여건밖에 되지 않는다”며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처럼 상고허가제를 채택하기 전까지 상고법원을 운영해 대법원에 전원합의체 판결이 가능한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상고법원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하급심을 강화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에는 의견이 일치했다. 손 교수는 “결국 상고를 하지 않는 사법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 교수 역시 “사법의 가치는 어느 쪽이든 그 분쟁을 빨리 종결시켜주는 것에 있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