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질병의 인큐베이터’라고 불린다. 독감이 빈번하게 유행해 이런 오명이 붙여졌다. 변이되는 ‘홍콩 독감’은 해마다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간다. 홍콩이 악명 높은 독감의 진원지로 떠오르기 시작한 때는 1968년이다. 인간 독감 바이러스 ‘H2N2형’에 조류 바이러스 ‘H3형’이 결합한 ‘H3N2형’이라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홍콩을 강타한 것이다. 당국은 속수무책이었고, 무려 10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200만명을 숨지게 한 1957년의 아시아 독감 이후 최악의 재앙이었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도 2003년 홍콩을 거치면서 급속도로 확산됐다. 당시 사망자는 302명. 지난해 132명의 사망자를 낸 홍콩 독감이 올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3주간 61명이 숨졌다. 지난겨울·봄(1∼4월)에 사망한 502명을 포함하면 올해 홍콩에서 독감으로 사망한 사람은 563명이다. 한국의 메르스 사망자(35명)보다 무려 16배나 많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주로 겨울철에 유행한다. 하지만 홍콩처럼 위도가 낮은 지역에서는 북반구임에도 봄·여름에 독감이 번지기도 한다. 유독 홍콩에서 유행하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시장에서 살아 있는 돼지와 닭 등의 가축이 좁은 공간에서 사람과 공존하고 있는 것을 주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인간의 독감이 돼지와 닭 등을 통해 변이를 일으킨 후 다시 인간에게 돌아오면 백신이 통하지 않는 새로운 독감이 된다는 것이다.
현재 홍콩에서 창궐하는 독감은 메르스와 달리 공기를 통해 급속히 전염된다. 홍콩은 우리의 주요 관광지 중 하나다. 메르스에 이어 홍콩 독감마저 국내에 퍼진다면 그 파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초기 한 명의 환자를 놓쳐 한 달여간 온 나라가 ‘메르스 공포’에 떨었던 과오를 다시 범해선 안 된다. 우리에겐 2009년 신종플루로 263명이 사망하는 아픈 기억도 있다. ‘제2의 신종플루’ ‘제2의 메르스’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겠다.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
[한마당-김준동] 홍콩 독감
입력 2015-07-09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