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에볼라에 이어 올해는 메르스까지 신종바이러스들이 쉬지 않고 온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사실 신종감염병이라고 하는 것을 일으키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들은 오랫동안 각 지역마다 토착화되어 있는 병원체였는데, 몇 가지 요인들로 인해 현대인의 삶 속에 어두운 그림자를 투영하게 되었다. 이런 감염병들은 대개 해외에서 유입되거나, 사고나 테러 같은 생물안전 문제, 그리고 기존 균주의 변이발생 등에 의해서 생겨나게 되는데, 요즘은 해외로부터 갑작스레 유입되는 신종감염병이 가장 큰 이슈인 것 같다. 2004년의 사스도 그렇고 이번에 우리나라의 메르스도 가장 주목되는 부분이 교통수단의 발달과 활발한 인적 교류로 인해 병원체가 아주 쉽게 멀리까지 날아간다는 것이다. 2004년 홍콩의 사스도 비행기를 타고 며칠 만에 다른 대륙으로 퍼졌고 메르스도 중동을 다녀온 여행객으로부터 순식간에 우리나라에 퍼졌다. 수많은 비행기가 전 세계를 날아다니는 요즘, 남미나 아프리카 등의 세계 어느 곳의 감염병이라도 갑자기 어느 날 우리나라에 나타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사회에 위협을 가하게 되는 신종감염병의 출현을 막으려면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 치료제나 백신 이야기가 당연히 나온다. 그런데 백신이라는 것, 당장 시작해도 일이년 사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치료제도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어떤 감염병이 유입될지 예상해서 치료제나 백신들을 미리 만들어 놓는 것은 수험생에게 답안지 찍으라는 이야기같이 들린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병원체를 커버할 수 있는 목업백신이나 중증환자의 공통증상에 사용할 수 있는 범용치료제 등을 개발하는 것이 당연히 중요하고 꾸준히 개발해 나가야 되겠지만 그보다 우선적으로 필요한 요소는 유입 가능성이 있는 수많은 병원체들에 대해 신속하고 정밀하게, 그리고 동시에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서 포트폴리오로 구축해 놓고 무엇인가 또 새로운 바이러스나 세균이 나타났을 때, 재빨리 환자들을 확인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선제적 진단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일 듯하다. 그리고 이러한 진단 기술을 정확하게 사용하기 위해 사전에 예측이나 정보제공이 가능한, 해외 병원체들에 대한 정기적 감시시스템의 구축 또한 필요할 것이다.
작년 에볼라 상황 때나 이번 메르스 상황에서 진단기술조차 없었다면 어떻게 환자를 구분하고 격리해서 치료하고 했었을까?
긴급하게 미국이나 유럽에서 배워 와서 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갑자기 하는 것도 시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당연히 있을 것 같은 진단감시 기술들이 아직 변변하지 못한 병원체들이 제법 많다. 진단기술들을 개발해서 프로토콜로 만들고 표준화해서 갑자기 어떤 감염병이 새로이 발생했을 때, 환자가 발생한 여러 병원들과 현장에서 신속하게 진단할 수 있도록 미리 시스템을 갖춰놓는 것, 선진 보건의료 시스템이 갖춰야 할 필수적인 부분이다. 치료제, 백신의 개발만큼이나 신속, 정밀 진단기술의 포트폴리오는 신종감염병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부분이다.
메르스나 에볼라는 이제 어느 정도는 대응하는 방법을 알았을 것이다. 닥쳐올 또 다른 위협이 될 수 있는 바이러스를 대비하려면 메르스나 에볼라만이 아닌, 모르는 새로운 바이러스를 다양하게 대비할 수 있는 힘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홍기종 박사(국제백신연구소)
[전문가 칼럼-홍기종] ‘신종’들 대비 선제적 진단시스템 구축을
입력 2015-07-13 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