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소 같은 일꾼

입력 2015-07-09 00:13

저는 시골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가까이에서 소를 보며 자랐습니다. 소는 주인의 목소리와 숨소리, 발자국 소리까지 잘 압니다. 초등학교 시절 동네 아이들과 소를 몰고 들판에 나와 꼴을 먹이던 중 노는데 정신이 팔려 여러 차례 소를 잃어 버렸던 적이 있습니다. 어른들에게 야단을 맞을까봐 뒷문으로 몰래 들어오곤 했는데 그때마다 소는 언제 왔는지 외양간에 들어와 앉아 있었습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소를 보고 우둔하다고 합니다. 제가 아는 소는 우둔하지도 게으르지도 않습니다. 새끼를 낳고도 얼마 안 있어 논으로 밭으로 일하러 나가는 짐승이 소입니다. 소는 먹이 투정을 하지 않으며, 병에 잘 걸리지도 않습니다. 지금도 시골에서는 주인에게 재산목록 1호입니다.

소는 오직 주인을 위해 살다가 주인을 위해 죽습니다.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밭을 갈고 논을 갈고 뼈 빠지게 농사를 지어도 모든 것이 주인의 것으로 돌아갑니다. 좋은 것은 모두 주인에게 돌아가고 부스러기와 볏짚, 콩깍지나 고구마순, 시래기 같은 것으로 배를 채우면서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습니다. 누가 소를 보고 볼품없는 짐승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주님께서도 이 시대에 소처럼 묵묵히 일하고 충성을 다하며 맡겨진 사명에 최선을 다하는 일꾼을 찾으십니다.

엘리 제사장 때에 블레셋에게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는 법궤를 빼앗긴 적이 있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은 법궤를 자신들이 섬기는 다곤신상 옆에 두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다곤신상의 머리와 두 손목이 끊어져 몸통만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깜짝 놀란 블레셋 사람들은 멍에를 매보지 않은 젖 나는 소 두 마리와 수레를 준비한 후 법궤를 실어 이스라엘로 보냅니다. 선별된 소는 젖 송아지를 집에 떼어 놓고 법궤를 수레에 싣고 벧세메스를 향해 갑니다. 수레를 끌고 가면서도 좌우로 치우치지 않고, 불평 없이 하나님의 법궤를 온전히 옮겨 놓았습니다. 소는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고백하고 믿고 따라가는 성도를 상징합니다.

예수님은 “너희가 나를 따라 오려거든 십자가를 지고 따라 오라”고 하셨습니다. 십자가를 지기 위해서는 내가 지고 있는 것을 더 내려 놓아야 합니다. 세상 보화를 너무 많이 지고 가면 십자가를 지고 갈 수 없습니다. 지금 여러분은 하나님의 말씀대로 주의 사명의 십자가를 지고 가는 소 같은 일꾼입니까. 아니면 세상의 유희와 향락과 쾌락의 짐에 묶여 한 발자국도 전진하지 못하는 나태한 일꾼입니까.

십자가를 지고 말없이 묵묵히 골고다 언덕길을 올라가시는 주님을 바라보길 바랍니다. 믿음으로 사는 자는 그 가는 길이 좁고 협착해도 불평하지 않습니다. 주의 일을 내일로 모레로 미루지 않습니다. 보잘것없는 나를 부르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길 바랍니다. 헛된 일에서 벗어나 어서 빨리 복음의 수레를 끌고 가십시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생명을 실은 수레를 끌고 묵묵히 가십시오. 한국교회와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는 주의 일꾼들이 다 되길 바랍니다.

유성상 목사(태안 만리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