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반란 이후] “그렉시트 파국은 막자”… EU·그리스 접점찾기 안간힘

입력 2015-07-08 03:08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그리스 국민투표 후속 대책을 논의한 뒤 만찬장으로 향하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시각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국제 채권단과의 협상력을 높이겠다며 사임한 야니스 바루파키스 전 재무장관이 기자회견 후 후임자인 유클리드 차칼로토스 재무장관의 어깨에 손을 얹은 채 회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PAAP연합뉴스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그리스와 유럽연합(EU)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그리스는 강경파 재무장관을 교체하고 신속히 새 협상안을 마련하는 등 ‘성의’를 보이려 애쓰고 있고 국제통화기금(IMF)과 독일, 프랑스 등 채권단도 이견을 좁히기 위해 분주했다.

국제 채권단과의 지난한 협상 테이블에서 ‘독설’을 서슴지 않았던 야니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을 전략적으로 떠나보낸 그리스는 채권단의 신뢰를 얻기 위한 태도 변화를 보였다. 7일(현지시간)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프로코피스 파블로풀로스 대통령을 비롯해 연립정부의 소수 정당인 독립그리스인당(ANEL) 대표, 원내 4개 야당 대표 등과 회의를 갖고 정부를 지지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향후 채권단과의 협상 결과를 존중하겠다는 의미다.

채권단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치프라스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현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서방 채무자’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하려는 차원에서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AFP통신에 “그리스 국민들이 채권단의 협상안에 반대했을지라도 그렉시트는 피하고 싶다”면서 “EU에는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기를 원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그것은 틀린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리스의 최대 채권국으로 원칙주의를 내세우는 독일에 대해서는 유럽 내부에서도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독일이 유연성 없이 혹독한 긴축 정책만을 강조한 탓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상황이 닥쳤다는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년 이상 지속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불가침의 권력’이 유럽을 양분시키고 있다”면서 “그리스의 ‘반대’표는 유럽 통합 이래 독일에 대한 최대의 도전”이라고 분석했다.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는 독일 주간지 디차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제1·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이 갚아야 할 전쟁 부채가 여러 차례 탕감됐다면서 “독일은 채무 탕감에 대해 다른 나라를 훈계할 입장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그리스 사태 해법에 대해 독일과 다른 채권국 간 불협화음도 여전하다. 전날 메르켈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파리 엘리제궁에서 긴급회의를 가졌다. 회의가 끝난 후 메르켈 총리는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의 구체적인 프로그램 협상을 시작할 조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올랑드 대통령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그리스와 유럽에 긴급한 일”이라며 협상을 재촉했다.

그리스 사태가 세계경제까지 흔드는 상황이 되자 독일에 대한 경계는 유럽 전역으로 퍼지는 모양새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메르켈 총리에게 “한발 물러서 그리스에 추가 구제금융을 제공하라”고 촉구했다. 스페인 반긴축 정당 포데모스의 당수 파블로 이글레시아스는 “우리는 독일의 식민지가 되길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IMF가 “그리스가 지원을 요청할 경우 도울 준비는 돼 있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서는 “경제개혁을 할 경우 돕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는 분석이다. IMF 대변인은 “IMF가 기술적 지원을 제공하겠지만 그리스가 지난주 IMF의 채무를 상환하지 못한 만큼 연체 규정에 따라 금융을 제공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