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명의 세무사에게 뇌물을 받고 탈세를 도운 국세청 공무원이 41명이나 적발됐다. 추적을 피하려고 차명계좌를 이용하거나 고급 양복을 대신 받기도 했다. ‘빙산의 일각’이라면 세무비리가 국세청 조직 전반에 암세포처럼 퍼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세무조사 과정에서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세무사에게 금품이나 향응을 받은 혐의(뇌물수수·알선수재)로 국세청 공무원 41명을 검거했다고 7일 밝혔다. 수뢰액이 큰 서울지방국세청 사무관 이모(49)씨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나머지 31명은 국세청에 통보했다.
이들은 2008년 8월부터 지난 2월까지 세무사 신모(42)씨에게 청탁을 받고 세무조사 대상자의 비위 사실을 무혐의 처리하거나 조사 범위를 축소하는 식으로 탈세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를 지연시키거나 서둘러 종결시키기도 했다. 대가로 각각 수십만∼수천만원씩 모두 1억4000만원 상당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이 범행 당시 서울 강남권 세무서에 근무했다.
이들은 ‘대가성’을 최대한 희석시키려 세무조사가 끝난 뒤에야 신씨를 만났다. 인사 명분으로 만나 식사한 뒤에 뇌물을 받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사무관 이씨는 돈을 받을 때 사무실 인근 양복점 사장의 아내 명의로 된 차명계좌를 이용했다. 현금 대신 200만∼300만원하는 양복 세 벌을 챙기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서울 논현동 K성형외과 원장이 국세청을 상대로 ‘탈세 로비’를 벌인다는 제보를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 병원의 세무조사 사건을 수임한 게 신씨였다. 신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지난 2월 구속됐다. 경찰은 신씨 한 사람에게 뇌물과 청탁을 받은 공무원이 수십명이란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런 사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국세청 공무원-세무사 ‘검은 커넥션’… 뇌물 받고 세무조사 편의 제공
입력 2015-07-08 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