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잡는 해병대서 치매 잡는 지혜교사로… 추태석씨, 노인심리상담사로 3년째 봉사활동

입력 2015-07-08 02:50
노인심리상담사 추태석씨(왼쪽)가 2일 서울 중구 황학동 신복덕 할머니의 집을 찾아 기억력 훈련 교재 등을 이용한 치매예방 수업을 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지난 2일 서울 중구 황학동의 신복덕(88) 할머니 집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경도성 인지장애를 갖고 있는 신 할머니의 ‘지혜교사’ 추태석(68)씨였다. 추씨와 신 할머니는 서울인생이모작센터 ‘2090지혜아카데미’ 프로그램을 통해 인연을 맺었다. 매주 두 차례 방문해 치매예방 활동을 벌이지만 이날은 메르스 여파로 한 달 만에 찾은 길이었다.

17년의 해병대 생활과 20여년의 직장생활 끝에 2010년 은퇴한 추씨는 현재 노인심리상담사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은퇴 후 시작한 봉사활동이 벌써 3년이 됐다. 추씨는 “은퇴한 뒤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지나고 보니 귀신 잡는 해병대에서 치매 잡는 지혜교사가 됐다”고 말했다.

추씨가 지혜교사가 된 결정적 계기는 어머니였다. 추씨가 노인심리상담 관련 교육을 받고 있던 2013년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치매에 걸렸다. 추씨는 “제가 교육받던 프로그램을 가족 중 누구라도 알고 있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후회가 가장 먼저 들었다”며 “어머니께 하지 못했던 것을 이분들께 해드리면서 보상받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추씨는 교육 내내 신 할머니를 ‘어머니’라 불렀다.

치매예방 수업은 1시간 내외로 짧게 이뤄졌다. 그 이상이 되면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도형 빈칸 채우기 등 기억력 훈련 교재를 통한 수업도 이뤄지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신 할머니의 옛 이야기로 채워졌다. 이날도 옛 추억들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추씨는 “이런 이야기들이 단기기억 감퇴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20세의 지혜를 90세까지. 2090지혜아카데미는 현재 중구, 서대문구, 마포구, 금천구에서 운영되고 있다. 추씨를 포함해 지혜교사는 모두 25명, 교육 대상자는 64명이다. 그러나 늘어나는 교육 희망자에 비해 교사 수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금도 14명이 교사 부족으로 대기 중에 있다. 추씨는 7일 “퇴직자들이 풍부한 경험을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며 “사회봉사 참여를 희망하는 분들이 많이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인호 김판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