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건부’ 분리 격상보다 내실 확보가 더 중요하다

입력 2015-07-08 00:13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고비를 넘기면서 보건의료체계 개선 방안이 활발하게 논의되기 시작했다. 정부와 국회, 의료계 등에서 백가쟁명식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비록 소를 잃었지만 외양간을 제대로 고쳐야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다. 우리나라 의술이 세계 최고 수준임에도 전염병 예방 및 관리는 상당히 부실한 것으로 확인된 이상 이번 기회에 근본적이고도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해야겠다.

대형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정부기구 확대개편 주장이 나온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에서 보건 분야를 떼어내 별도 부처를 신설해야 한다,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를 외청으로 승격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기구를 키운다고 업무 효율이 반드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세월호 참사 후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를 확대 신설했지만 효율이 더 높아졌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보건과 복지는 동전의 양면처럼 긴밀한 연관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분리 독립이 결코 능사일 수 없다. 통합의 효과를 무시하기 어렵다. 기구 확대는 고위직을 늘려 공무원만 좋은 일 시킨다는 비판도 새겨들어야겠다.

그보다는 내실 확보가 더 중요하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질병관리본부 업그레이드는 불가피하다. 신종 전염병이 갈수록 빈발할 것으로 예상하고 예산과 인원을 확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질병관리본부는 미국의 질병통제본부(CDC)를 모델로 하고 있지만 실체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 감염관리 전문 인력을 충원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역학조사 및 연구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않고는 예방관리에 만전을 기하기 어렵다.

공중보건 위기 발생 시 질병관리본부가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대국민 소통 및 홍보 기능이 제대로 작동돼야 한다. 정부와 의료기관, 국민이 한마음 한뜻이 되는 게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이런 기능은 사실상 전무하다. CDC의 경우 200여명의 소통 전문가들로 ‘건강마케팅센터’를 운영하며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외청 승격 여부는 인력확충 후 지휘체계 개선 차원에서 천천히 논의해도 늦지 않다.

전염병 대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병실 구조 및 문화 개선이다. 6∼8인을 수용하는 다인실이 주종을 이루는 상황에선 감염을 막기 어렵다. 환자 가족에 의한 병실 간호와 무분별한 문병 허용 역시 감염 확산의 주범이기 때문에 근원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포괄간호서비스 확대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문제는 예산이다. 퍼주기식 보편적 복지 확대를 지양함으로써 보건환경 강화에 예산을 우선 사용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