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피리’ 본 고장 연기 기대하세요”… 한국 오페라 무대 데뷔 이호철 · 이윤정

입력 2015-07-08 02:50
독일 만하임 국립극장 전속 테너 이호철(왼쪽)과 스위스 베른 오페라극장의 전속 소프라노 이윤정이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연습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영희 기자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는 전 세계에서 자주 공연되는 오페라다. 연극처럼 중간에 대사가 들어가는 ‘징슈필’에 속해 코믹 요소가 많다. 주인공 타미노 왕자와 파미나 공주가 시련을 이겨내고 사랑을 쟁취한다는 동화적인 줄거리여서 초심자나 청소년용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공연돼 왔다.

특히 예술의전당은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여름마다 ‘가족 오페라’라는 이름으로 토월극장에서 공연해 인기를 끌었다. 코믹 요소를 살리기 위해 대사는 한국어로 처리하고, 원작을 축약해 극전 전개를 빠르게 했다. 오는 15∼19일 예술의전당이 오페라극장 무대에 새롭게 올리는 ‘마술피리’는 대사는 한국어로 하되 원작 내용은 전부 살린다.

2009년 ‘피가로의 결혼’ 이후 예술의전당이 6년 만에 제작한 신작 오페라인 이번 작품에는 국내외에서 활약하는 스타 성악가들이 총출동한다.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와 런던 로열오페라 등 세계 주요 오페라 극장에서 주역으로 서고 있는 테너 김우경과 독일어권 성악가의 최고 영예 ‘캄머쟁어(Kammersaenger·궁정가수)’ 작위를 받은 베이스 전승현을 필두로 바리톤 공병우, 소프라노 박현주 등 한번에 모으기 힘든 성악가들이 포진했다.

이들 가운데에는 한국 무대에 데뷔하는 35세 동갑내기 성악가 2명이 있다. 독일어권 최고의 오페라 극장으로 꼽히는 독일 만하임 국립극장의 전속 테너 이호철과 스위스 베른 오페라 극장의 소프라노 이윤정이다. 이호철은 극을 이끌어가는 타미노 왕자에, 이윤정은 ‘마술피리’를 대표하는 캐릭터인 밤의 여왕 역에 캐스팅됐다. 이호철은 7일 “그동안 한국에서 몇 번 캐스팅 제안을 받았지만 만하임 극장 스케줄상 받아들이지 못했다. 성악계의 대단한 선배님들이 나오시는 이번 기회는 놓치고 싶지 않아 극장의 특별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마술피리’는 독일어권 극장에서 활약하는 두 사람에게 매우 익숙한 작품이다. 이윤정은 주요 콩쿠르와 극장 오디션에서 밤의 여왕 아리아를 불러 입상하거나 합격한 만큼 작품에 대한 애착도 크다. 이번 시즌에만 22번이나 밤의 여왕으로 출연한 그는 “가장 잘하는 역할로 한국 관객들을 만날 수 있어 정말 기쁘다. 유학을 떠난 지 10년 정도 되면서 향수병이 나려던 참이었다”고 말했다.

‘마술피리’의 경우 얼핏 보면 단순한 동화 같지만 작곡가의 철학을 바탕에 둔 작품이어서 유난히 다양한 연출과 해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성악가들의 연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자칫 유치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급진적인 연출과 드라마틱한 연기가 일상적인 독일어권 오페라에서 단련된 두 사람은 여유를 보였다. 이호철은 “한국 성악가들이 유럽 오페라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노래는 기본이고 연기가 필수”라면서 “그간 갈고 닦은 실력을 맘껏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이윤정 역시 “한국 관객들에게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 밤의 여왕 모습을 남기고 싶다”고 거들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