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반란… EU를 흔들다

입력 2015-07-07 03:59
5일(현지시간) 그리스에서 치러진 국제 채권단 협상안에 대한 찬반 국민투표에서 ‘반대’가 압도적 우세를 보인 가운데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TV 연설을 통해 “민주주의는 협박받을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즉시 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왼쪽 사진). 투표 결과가 나온 뒤 심란한 표정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총리공관으로 향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리스의 선택은 ‘오히(Oxi·아니요)’였다. 지금으로서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현대판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이 될지, 새로운 그리스 신화의 영웅이 될지 쉽사리 예측할 수 없다. 다만 확실한 점은 위험하게만 보였던 치프라스 총리의 ‘도박’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강대국들을 거세게 뒤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5일(현지시간) 치러진 국제 채권단 협상안에 대한 찬반 국민투표에서 61.3%의 그리스 국민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그리스의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하지만 그리스가 예상했던 대로 국제 채권단은 그리스 정부와 재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대 채권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6일 치프라스 총리와 전화통화를 갖고 7일 긴급 소집된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현지시간 오후 1시)와 유로존 19개국 정상회의(오후 6시) 때 그리스가 ‘새로운 협상안’을 제시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정상회의에서는 그리스에 대한 의약품 지원과 같은 인도적 지원 문제도 논의될 예정이다. 앞서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도 이날 전격 사의를 표명하면서 그리스와 EU 간 대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성명을 내고 “현재의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그리스가 요청한다면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또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및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의장과 전화회의를 가진 데 이어 메르켈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그리스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만났다.

국제 채권단은 지난달 28일 제시했던 최종안과 유사한 수준의 구제금융 긴축 프로그램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그리스는 채무 일부 탕감에 대한 협상을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기오르기오스 스타차키스 그리스 경제장관도 BBC와 인터뷰에서 “7일 제안할 새 협상안에 30%의 직접 또는 간접 헤어컷(채무탕감)을 요청하는 새로운 버전의 채무상환 방안이 담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채권단이 이를 수용할지가 관건이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대화는 하겠지만 현재로선 채무 탕감을 논의할 어떤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그렉시트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리스는 이번 투표가 유로화 포기 여부를 묻는 투표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독일도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원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투표 결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드라크마(그리스 옛 화폐)로 돌아갈 수 있다. ECB가 그리스 은행에 유동성 지원을 해주지 않을 경우다.

BNP파리바 등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국민투표 결과로 그렉시트 가능성이 70% 수준으로 커졌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국책연구기관인 국제금융센터는 “당장 그렉시트가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향후 몇 달간 그리스 정부와 채권단의 협상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