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더 심각해진 그리스 악재가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5일(현지시간)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긴축안 반대)가 예상과 다른 것이어서 시장의 충격이 컸다. 그리스 사태가 전면적인 디폴트(채무 불이행)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당분간 글로벌 증시, 특히 신흥국 증시가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 주식시장 ‘패닉’=6일 아시아 주요 증시는 패닉 수준으로 급락했다.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50.48포인트(2.40%) 내린 2053.93으로 장을 마쳤다. 2012년 6월 4일(51.38포인트, 2.80% 하락)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대규모 ‘팔자’로 지수를 끌어내렸다. 그동안 잘나가던 코스닥지수도 외국인의 매도세에 17.25포인트(2.24%) 하락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1.65포인트(12%) 급등했다.
대만 가권지수는 1.09%,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2.08%, 홍콩 항셍지수는 3.18% 급락했다. 반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주말 발표된 증시 부양책 덕분에 2.41% 올랐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 증시와 미국 뉴욕 증시는 장중 각각 1∼2%와 0.3% 떨어져 당초 우려보다는 낙폭이 크지 않았다. 그리스 국민투표 직전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채권단 긴축안이 거부되면 유럽 증시가 즉각 10%까지 폭락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국민투표 전까지 시장에선 긴축안이 수용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으나 결과가 정반대로 나오면서 앞날은 더욱 알 수 없게 됐다. 미국 윌밍턴 트러스트의 클렘 밀러 연구원은 “안전 채권(선진국 국채)을 제외한 모든 자산 가치가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나대투증권 이재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자금이 일정 부분 이탈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렉시트 시 한국 경제성장률 2.7%P 하락”=한국경제연구원은 그렉시트 발생 시 충격이 1년 이상 지속될 경우 우리 경제의 실질경제성장률이 최대 2.7% 포인트까지 하락하고 주식 가격은 26.5%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출되는 해외 자본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1%인 1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경연 김성훈 부연구위원은 “그렉시트가 유로존이라는 거대한 실험의 실패를 의미하기 때문에 잠재적 파급력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유로존의 경기 회복세가 유지되는 한 우리나라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그리스 사태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대외 불확실성이 당분간 높아질 것으로 봤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위기가 그리스 한 곳에 그치지 않고 2010년 유로존 재정위기 때처럼 남유럽 재정 취약국들로 전염돼 세계경제 전체에 충격을 주는 상황이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그렉시트가 유럽연합(EU)의 어려움으로 끝날지 그 이상으로 전이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김지은 연구원은 “향후 1∼2주 동안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유로존 주변국으로의 전염 우려가 높아지면 신흥시장 전반에 걸친 금융 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필요 시 조치에 들어갈 준비를 갖추겠다”고 밝혔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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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07 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