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압박·鄭 국회의장 설득 허사… 투표 자체 불성립

입력 2015-07-07 03:00

6일 오후 4시35분. 정의화 국회의장은 국회 본회의에 재상정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의결에 필요한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미달해 이 안건에 대한 투표는 성립되지 않았음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국회법 개정안 자동폐기=국회법 개정안은 본회의 의결 39일 만인 6일 사실상 폐기됐다. 지난 5월 29일 여야 의원 211명이 찬성해 법안을 통과시킬 당시 95명이나 동참했던 새누리당은 180도 입장을 바꾸고 투표에 불참했다.

정 의장은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상정하며 “헌법 준수 책무가 있는 의장으로서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이 안건 심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의결에는 재적 의원 298명 중 130명만 참석해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투표가 시작된 뒤 기표소로 향하지 않고 대부분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정 의장은 무기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투표자 수가 정족수에 미달하자 “표결에 참석해 달라” “의장으로서 마음이 참담하다”고 수차례 독려했지만 소용없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등은 표결 진행 동안 “투표 안 하는 것은 파업”이라며 여당을 비판했다. 정 의장이 투표 종료를 선언하자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표결 직전 황교안 국무총리를 향해 질의하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맹비판했다.

박수현 의원은 “거부권 행사로 재의된 것을 (투표) 거부한다면 국회의원 자격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고, 삼권분립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에서 유일하게 토론에 나선 이정현 최고위원은 “국회는 이미 국정감사나 국정조사, 대정부 질문, 의원 개별 입법 등을 통해 행정입법을 통제할 장치를 갖고 있다”며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성을 강조했다.

◇與 법안 단독처리에 野 반발, 경색 불가피=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이 국회법 개정안 표결에 불참하더라도 민생법안 처리엔 동참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바꿨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법안 처리에 참여하는 것은 안 된다는 기류였다”고 했다. 이에 따라 8일부터 소집되는 7월 임시국회 일정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은 이날 61개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여기엔 박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 법안으로 지목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크라우드펀딩법)’ 개정안 등이 포함됐다. 하도급법 개정안은 하도급의 적용 대상을 현행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크라우드펀딩법은 소액 투자자를 온라인으로 모집해 벤처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써 박 대통령이 강조했던 30개 경제 활성화 법안 중에 23개가 처리됐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국무회의 발언 때 지목했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관광진흥법은 상정되지 못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