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광주U대회) 유도 남자 73㎏급에서 6일 금메달을 딴 안창림(21·용인대)에게 태극기는 특별하다. 바로 일본의 귀화 제의를 뿌리치고 태극마크를 단 재일동포 3세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는 시상식에서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올라가는 태극기를 쳐다봤다.
안창림은 쓰쿠바대 2학년이던 2013년 10월 일본 학생 선수들의 꿈인 전일본학생선수권대회 73㎏급에서 우승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에 일본으로부터 귀화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안창림은 단호히 거절하고 지난해 2월 한국으로 건너왔다.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었다.
안창림은 고국에 건너온 지 불과 한 달 만에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 3위를 차지하며 꿈에 그리던 국가대표가 됐고, 그해 10월 미국에서 열린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자신의 잠재력을 과시했다.
안창림은 한국에 온 배경에 대해 일본의 ‘차별’도 한 몫 했다고 전했다. 어린 시절부터 재일교포라고 놀림을 당했고, 일본 선수들보다 실력이 나은데도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는 금메달을 딴 직후 “어릴 때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일본 선수를 이기는 게 목표였다”며 “일본에서 귀화 권유를 많이 받았지만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기서는 일본처럼 별로 (차별이) 없다”며 “선수촌에서도 송대남 감독님을 비롯해 형들이 잘 챙겨줬다.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유도계에선 안창림을 차세대 간판이 될 재목으로 보고 있다. 광주 염주 빛고을체육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안창림은 드미트로 카니베츠(우크라이나)를 경기 시작 25초 만에 시원한 한판승으로 제압했다. 예선전을 포함해 결승전까지 다섯 경기 모두 화끈한 한판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공교롭게도 안창림의 체급은 이원희, 김재범, 왕기춘 등 한국 유도의 간판스타들이 거쳐갔던 73㎏급이다. 안창림은 “누구보다 훈련을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대회를 발판으로 내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겠다. 자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걸스데이 혜리를 좋아한다는 안창림은 자신과 반대로 일본 국적을 선택한 추성훈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나는 나다”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 유도는 안창림 외에 남자 66kg급에 출전한 안바울(21·용인대)이 금메달을 따냈다. 김잔디(24·양주시청)는 여자유도 57kg급에서 동메달을 추가했다. 이로써 한국은 유도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수확하는 성과를 얻었다.
광주=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빛고을 스타-유도 73㎏급 金 재일교포 3세 안창림] “태극마크 달고 日 이기는 게 꿈이었다”
입력 2015-07-07 0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