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압박·鄭 국회의장 설득 허사… 투표 자체 불성립

입력 2015-07-07 02:57

6일 오후 4시35분. 정의화 국회의장은 국회 본회의에 재상정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의결에 필요한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미달해 이 안건에 대한 투표는 성립되지 않았음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국회법 개정안이 본회의 의결 39일 만인 6일 사실상 폐기됐다. 지난 5월 29일 여야 의원 211명이 찬성해 법안을 통과시킬 당시 95명이나 동참했던 새누리당은 180도 입장을 바꾸고 투표에 불참했다.

정 의장은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상정하며 “헌법 준수 책무가 있는 의장으로서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이 안건 심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의결에는 재적 의원 298명 중 130명만 참석해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투표가 시작된 뒤 기표소로 향하지 않고 대부분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정 의장은 무기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투표자 수가 정족수에 미달하자 “표결에 참석해 달라” “의장으로서 마음이 참담하다”고 수차례 독려했지만 소용없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등은 표결 진행 동안 “투표 안 하는 것은 파업”이라며 여당을 비판했다. 정 의장이 투표 종료를 선언하자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표결 직전 황교안 국무총리를 향해 질의하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맹비판했다.

박범계 의원은 “거부권은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정중히 재의를 요구하고 국회는 정족수를 채워 소신에 따라 표결하면 되는 것”이라며 “그런데도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배신의 정치 심판해 달라’며 고도의 정치적 개입 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박수현 의원은 “거부권 행사로 재의된 것을 (투표) 거부한다면 국회의원 자격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고, 삼권분립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이정현 의원이 유일하게 토론에 나섰다. 이 의원은 “국회에는 이미 국정감사나 국정조사, 대정부 질문, 의원 개별 입법 등을 통해 행정입법을 통제할 장치를 갖고 있다”며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성을 강조했다.

황 총리는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대해 “국회법 개정안은 강제성이 있다고 해석될 소지가 많다”며 “전체적으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것이 정부의 의견”이라고 맞섰다.

황 총리는 앞서 국회법 개정안 재의 요구 이유에 대해서도 “국회법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집행 과정에서 많은 혼란과 갈등이 야기돼 (행정의) 효율성과 일관성이 심각히 저해되고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으로 우려돼 재의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국회법 개정안은 정 의장이 중재안을 마련하고 여당을 설득했지만 결국 재의결이 무산되면서 논란만 남긴 채 사라질 전망이다. 삼권분립, 당청 관계 등 여러 논쟁거리를 남기면서 행정부와 입법부, 여야 관계에 당분간 냉각기가 예상된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