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의 선택] 김무성, 劉에 결심 촉구? ‘K-Y 라인’ 갈림길에 서나

입력 2015-07-07 02:31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정국에서 ‘K·Y 라인’으로 불린 새누리당 투 톱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의 관계도 갈림길에 서게 됐다. 유 원내대표가 친박(친박근혜)계의 사퇴 압박을 침묵으로 버텨내자 김 대표의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던 김 대표의 균형추가 이동하면 둘의 불안했던 협력관계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한 지난달 25일까지는 유 원내대표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당일 의원총회에서 사실상의 ‘재신임’ 결론을 낸 것도 김 대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 청와대와 친박계의 거센 반발이 계속되자 거취 문제에 대해 입을 닫았다. 당 소속 의원들에게도 관련 발언 자제를 지시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미묘한 입장 변화 기운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김 대표는 최근 원내 관계자와 현안을 이야기하던 도중 “유 원내대표가 명예로운 퇴진을 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공개석상에서도 여러 차례 “대통령과 당은 하나”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6일 오전 최고위원회의 후 유 원내대표와 30분간 독대 회동했다.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명예로운 퇴진’을 위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김 대표는 국회법 개정안이 의결정족수로 자동폐기 수순을 밟게 된 만큼 일단락 차원에서 유 원내대표가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표명하는 게 적절하다는 뜻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가 ‘당을 위해서는 유 원내대표가 사퇴 결단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간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지만 양측 간 입장 차가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감정싸움 양상까지 벌어지자 ‘당이 쪼개지는 파국을 막아야 한다’는 결심을 했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최근 측근들에게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 나 셋이서 참 친했는데 중간에 끼어서 난감하다. 정치가 참 허망하다”는 심경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원내대표는 그러나 입장 변화가 없다. 그는 측근들에게도 거취 관련 언급을 삼가고 있지만 “이번 결정은 이미 개인적인 문제에서 벗어났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총을 통해 원내대표로 뽑혔고, 사실상의 재신임도 받은 만큼 최고위원회나 지도부 결정만으로 사퇴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두 사람의 간극이 벌어진 셈이다. 유 원내대표 거취 문제로 인한 당내 갈등이 충돌 양상으로 번질 경우 각자도생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