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친박(친박근혜)이 사퇴 시한으로 정한 ‘6일’에도 물러나지 않았다.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 등 공식석상은 물론이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거취에 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물러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관측과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 뒤섞인 가운데 결국 재신임 투표로 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유 원내대표 거취, 의총까지 가나=유 원내대표는 이날 거취를 밝힐 것이냐는 질문에 “안 합니다”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아침 일찍 서울 개포동 자택을 나오면서 한 말이다. 유 원내대표는 국회법 개정안이 사실상 폐기된 데 대해 “안타깝다”고만 했을 뿐 진퇴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친박은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국회법 문제가 일단락됐으니 유 원내대표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늦어도 7일까지는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재신임을 묻는 의총 소집요구서를 제출한다고 벼르고 있다. 압박 카드로 쥐고 있던 의총 소집을 실행에 옮기겠다는 것이다.
비박(비박근혜)은 여전히 유 원내대표가 물러날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물밑에선 미묘한 변화도 감지된다. 한 의원은 “또 다시 의총을 할 경우 지난달 25일 의총에서처럼 재신임으로 결론날지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실제 표 대결까지 간다면 후유증은 작지 않을 전망이다. 의원들 입장에선 박근혜 대통령이냐, 유 원내대표냐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여서다. 유 원내대표가 재신임을 받으면 박 대통령 탈당이 현실화될 수 있다. 반대로 불신임되면 유 원내대표는 회복하기 힘든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된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당은 쪼개지고,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표결까지 가기 전에 유 원내대표가 거취를 정리해주는 게 맞는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당직자는 “정치권에서 제 손으로 나간 사람은 다시 돌아올 수 있어도 쫓겨난 사람은 재기하기 어렵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유 원내대표가 수일 내 입장을 밝힐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 측은 “시한을 못 박을수록 그 날짜엔 더더욱 물러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시간·명분의 싸움=물러나라는 친박이나 버티는 유 원내대표나 모두 시간과의 싸움에 들어간 모습이다. 유 원내대표의 버티기가 길어질수록 예상되는 득실은 분명해 보인다. 일단 7월 임시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하고 이후 국정감사, 9월 정기국회 등이 줄줄이 이어지면 사퇴 주장이 한물 간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국민 여론이 유 원내대표에게 우호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반면 유 원내대표가 있는 한 당청 관계가 계속 삐걱대면서 피로감이 커질 것이란 지적도 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결국 유 원내대표가 결자해지해주길 바라는 의원들이 늘어날 것이란 의미다. 한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개인의 정치적 득실을 따지기보다 사퇴 명분과 향후 당청 및 여야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관련기사 보기]
[유승민의 선택] 劉, 결단이냐 長考냐… ‘시간과의 싸움’
입력 2015-07-07 0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