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낢이 사는 이야기’ 서나래·‘생활의 참견’ 김양수… 인기 포털 ‘생활툰’ 스테디셀러 질주

입력 2015-07-08 02:44
낢이 사는 이야기 중 ‘저녁이 없는 신혼부부’
생활의 참견 중 ‘경로이탈’
평범한 하루, 일상적인 대화도 무심코 지나치지 않는다. 한 번 더 생각해보니 웃기고, 곰곰이 돌이켜보면 의미심장한 순간들. 그런 장면을 꼼꼼히 기억해 뒀다가 글과 그림으로 옮기는 이들이 있다. 일상생활을 소재로 만화를 그리는 ‘생활툰’ 작가들이다.

10년 안팎 생활툰으로 사랑받고 있는 김양수 작가와 서나래 작가(작품 ‘낢이 사는 이야기’)를 1일 서울 송파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서 작가는 2004년 ‘낢’이라는 캐릭터로 생활툰의 시작을 열었다. 김 작가는 ‘생활의 참견’을 2008년부터 네이버에서 연재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생활툰의 스테디셀러 작가들이다.

생활툰의 힘은 ‘공감’에 있다. 종종 ‘내 마음을 알아주는 누군가’가 되어준다. 독자들에게 ‘잘 살고 있다’는 안도감을 주기도 한다. 때로는 격려를, 때로는 위로를 준다. 그리고 거의 언제나, 웃기다.

-어떻게 그렇게 웃겨요?

“웃긴 대목을 계속 찾는 거예요. 대화하다가도 웃기다 싶으면 딱 잡아내는 거죠. 그게 일상이 돼 버렸어요. 몸이 기억하고 반응하는 거죠.”(김양수·이하 김)

“오래 해 온 일이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잘 모르겠어요. 예전에는 내가 웃기다 싶은 게 웃겼는데…요즘은 꼭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오늘 원고는 별로인데?’ 했는데 반응이 좋을 때도 있고요.”(서나래·이하 서)

“개그는 젊은 머리가 있어야 하는데 (트렌드를 못 따라 갈까봐) 두려움도 있죠. 아, 어떤 장면은 그리기 전에 사진으로 찍고 따라 그려요. 그러면 더 웃겨요.”(김)

인터뷰 중에도 3∼4건의 ‘소재’가 나왔다. 스쳐지나갈 법한 장면을 노련하게 낚아챈다. 금세 잊혀질 순간이 만화로 그려지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기록되는 것이다. 그리는 사람이 즐겁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같이 웃으면 자연스레 공감이 형성된다.

‘낢이 사는 이야기’에서 최근 수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낸 에피소드는 ‘저녁이 없는 신혼부부’ 편이었다. 한 대목을 옮겨보자면 이렇다. “24시간 중 부부가 이야기 하는 시간이 30분도 안 된다는 것, 이 상황 자체가 우리 둘에겐 ‘행복'이 아닌 거다.” 야근이 잦은 남편과 밤샘 작업이 많은 만화가 아내가 어쩔 수 없이 맞고 있는 ‘저녁 없는 삶’의 한 토막이 담긴 에피소드였다.

서 작가는 독자의 열렬한 반응이 오히려 서글펐다고 한다. “생활툰 작가는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는 게 좋죠. 그런데 이 에피소드에 많은 분들이 공감한다는 건 슬프더라고요.”

독자 마음을 움직이는 게 ‘웃음’만은 아니다. 웃기는 만화 ‘생활의 참견’에서 반응이 뜨거웠던 에피소드는 ‘아버지와 대추주’ 편이었다. 애주가였던 그의 아버지가 어느 날 직접 대추주를 담갔다. 급한 마음에 숙성도 되기 전 일주일 만에 대추주를 다 비웠다. 다시 대추 위에 술을 붓고는 금세 비우기를 1년 동안 반복, ‘대추술’ 대신 ‘술대추’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다.

독자들의 마음을 흔든 건 마지막 컷이었다. 만화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그리고 몇 년 후,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셨다. 나는 산소에 갈 때면 생전에 그렇게 좋아하신 술, 하늘에서라도 마음껏 드시라고 냄새가 진동할 정도로 많은 술을 뿌리곤 한다. 아버지, 그 곳에서도 술대추 많이 만들고 계시나요?”

작가의 생활로 작품을 만드는 것은 양날의 검을 쥐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소재가 끊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2008년 2월부터 지금까지 주 2회씩 쉬지 않고 연재를 해 온 김 작가는 “성실하고 책임감이 있으면 소재는 (일상에서) 끊임없이 찾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작가가 캐릭터가 되고, 생활이 만화로 옮겨지다 보니 독자들에게 시시콜콜 간섭 받을 때가 많다. 만화에 담긴 생활의 일부를 전부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일상을 작품으로 옮기는 그들에게 “섬세하다”고 했더니 두 사람 모두 “소심하다”고 받아쳤다. 보는 눈, 거드는 입이 많다보니 사소한 행동조차 신경 쓰일 때가 많다. 때론 지나치게 몸가짐을 조심해야 한다.

“작가의 생활이 속속들이 도마에 올라요. 만화의 몇 장면만 보고 ‘여자가 이래서 안 된다, 남자가 이러는 것 아니다’는 식으로 무작정 비난 받는 일이 종종 있어요. 작품이 아니라 생활이 평가받는 것 같을 땐 힘들기도 해요. 오랫동안 ‘낢’이라는 캐릭터로 만나다보니 동생이나 친구처럼 편하게 여기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서)

“독자들과 ‘너무’ 가까운 게 웹툰의 단점이에요. 어느 정도 거리감이 있어야 작가는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고, 독자도 작가보다 작품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건데요. 너무 빨리 소비되는 것도 안타까워요. 빨리 읽히고 빨리 잊혀지다보면 작가들이 더 자극적인 걸 찾게 되거든요.”(김)

그래도 두 사람은 만화를 그리는 게 즐겁다. 김 작가는 “뇌를 쉬고 싶기는 한데… 생활의 참견은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고, 서 작가는 “가늘고 길게 계속 가려고 한다”고 했다. 생활툰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반가운 소리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