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脫스펙 채용 확산시키겠다더니… 멘토스쿨 사업 ‘헛심’

입력 2015-07-07 02:01

정부가 스펙보다는 능력과 열정을 가진 청년을 채용하기 위해 추진한 ‘스펙초월 멘토스쿨’이 당초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되는 데다 저임금 노동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스펙초월 멘토스쿨’은 정부가 지난해부터 채용 과정에서 학력이나 학점, 자격증 등 ‘스펙’이 아닌 능력이나 열정을 평가하는 채용문화를 확산시키겠다는 목표 아래 진행한 ‘스펙초월 채용 시스템 구축 사업’의 일환이다. 하지만 정작 멘토스쿨은 이미 ‘스펙 초월’ 채용문화가 정착된 IT(정보통신) 분야 교육과정에 집중됐다. 또 교육 수료자 10명 중 6명꼴로 50인 미만의 영세사업체에 취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스펙초월 멘토스쿨은 멘토로 선정된 각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가가 청년들에게 실무형 교육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고용부는 지난해 정식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조현정 비트컴퓨터 대표이사 등 13명의 멘토를 선정해 만 15∼34세 청년 500명을 대상으로 14개 교육과정을 운영했다. 4∼8개월 교육을 이수한 청년에게는 관련 분야 취업도 지원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업의 목적에 맞게 교육과정 참가자를 뽑을 때도 학력, 영어성적 등 스펙을 보지 않고 면접만으로 선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업 내용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스펙초월’이라는 본래 목적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지난해 시행된 교육과정은 정보보안 분야 3개, 소프트웨어개발 분야 2개 등 14개 중 12개 과정이 IT 분야에 집중됐다. 나머지 2개는 캐릭터·브랜딩 디자인 과정이었다. 올해 개설된 스펙초월 멘토스쿨 과정 9개 중 8개도 IT 관련 과정이다. 하지만 IT 분야는 이미 스펙이 아닌 능력과 자격 중심의 채용문화가 정착돼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스펙 채용 문화가 바뀐 곳에 교육과정을 집중하는 헛수고를 한 셈이다. 지난해 이 사업에 편성된 예산은 24억원이었고, 이 중 22억원이 집행됐다.

또 멘토스쿨을 수료한 뒤 저임금 일자리 취업으로 이어진 경우도 많았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등 스펙초월 멘토스쿨 운영기관은 수료자에게 관련 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기업을 소개해주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 500명의 수료자 중 113명이 취업했다. 그러나 취업자 중 59.3%가 50인 미만 사업장에 취업했고 월평균 임금도 150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전체 취업자의 월평균 임금은 173만원 수준이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임금이 낮은 영세사업장은 스펙초월 멘토스쿨을 수료하지 않아도 취업할 수 있으며 스펙이 아닌 능력을 평가받아 취업한 사례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스펙을 보지 않는 IT 외 분야의 교육을 제공하면 실제 취업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IT 분야는 벤처기업이 많아 임금이 낮은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내년부터 스펙초월 멘토스쿨을 청년취업아카데미 사업으로 통합해 운영하고 교육 시간은 현재보다 2∼3배 늘리겠다고 밝혔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