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권기석] ‘보건부’ 없어서 메르스 확산됐나?

입력 2015-07-07 00:30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보건복지부에서 보건 분야를 떼어 ‘보건부’를 만들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병원협회는 6일 국회에서 “보건부를 신설해 위상과 전문성을 높이자”고 주장했다.

그 배경에는 “보건의료는 ‘보건의 논리’로 접근해야지 ‘복지의 논리’로 접근해선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의료계는 지난 50일간 메르스 사태에서 이 부분을 강조해 왔다. 한 감염내과 전문의는 “복지의 논리로 보건 정책을 펴온 게 사태의 핵심 원인”이라고 했다.

‘복지의 논리’가 적용된 대표적 사례가 병원의 다인실이다. 정부는 저렴한 비용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 왔다. 환자 입장에서 돈을 더 내야 하는 1·2인실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다인실을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감염 위험이나 환자의 프라이버시 등 ‘보건의 논리’는 적용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한국 사회가 성장에만 힘을 쏟다 ‘안전’을 놓친 것처럼 보건 정책도 비용과 효율에만 초점을 맞추다 전염병에 취약한 병원 환경을 양산했다.

그렇지만 보건의 논리로 정책을 펴기 위해 보건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 민간 중심인 현 의료체계에서 ‘보건부’는 주도적 집행기구가 될 가능성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보건부가 신설돼 ‘보건의 논리’에 따른 정책을 편다고 가정해보자. 이를 실행으로 옮길 병원이 존재하는가. 우리의 공공병원 비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보건부는 결국 민간 병원을 상대로 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 둘 사이 긴장이 조성되겠지만 늘 싸우고 헤어질 수는 없다. 공생 의식이 싹 트고 적절한 타협이 일어날 것이다. 중요한 건 상대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 병원이라는 점이다. 보건의 논리뿐 아니라 ‘자본의 논리’ ‘상업의 논리’가 들어올 자리가 커지게 된다.

의료계가 보건부 신설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자신의 목소리를 좀 더 잘 이해하는 협상 파트너가 정부에 있을 때 이익을 도모하기 더 쉽다. 특히 전문성 확보라는 명분 아래 의사 출신이 보건부를 이끌게 되면 의료계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환경이 조성된다.

병원 내 감염 관리는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깨닫게 된 중요한 점이다. ‘보건의 논리’를 애써 무시하고 값싸고 효율적인 의료체계를 구축하는 데 몰두한 것은 반성해야 한다. 하지만 해법이 꼭 정부 조직을 바꾸는 것일 필요는 없다. 질병관리본부는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메르스 사태만 놓고 보면 의도는 실패했다. 위기에 대응하는 체계는 매우 중요하지만 이것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당국자의 사려 깊은 판단과 문제 극복 의지가 제도와 결합할 때 비로소 시스템이 작동한다. 부처 신설 논의보다 진상조사와 책임 추궁이 더 필요한 때다.

권기석 사회부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