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이희호 여사의 방북이 이 여사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면담으로까지 연결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고지도자의 의중이 절대적인 북한체제 특성상 두 사람의 면담 성사 여부에 따라 이번 방북이 갖는 ‘무게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남측은 일단 신중한 입장이다.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이사는 “김 제1비서를 만나는 건 초청하는 쪽(북측)에서 알아서 할 일이며 우리가 어떻게 할 부분은 아니라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다. 최근 남북관계가 극도로 얼어붙은 상황이어서, 북한의 명목상 국가원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만 만나고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여사와 김 제1비서의 만남이 결국 성사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지난해 말 북측이 발송한 초청장이 김 제1비서 친서라는 점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앞서 이 여사는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조문차 방북했을 때도 당시 ‘상주’였던 김 제1비서를 만나고 돌아온 바 있다.
특히 북측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6·15공동선언을 이끌어낸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이라는 점에서 이 여사에 대해 극진한 예우를 하고 있다. 이번에도 국빈급 영빈관인 백화원초대소를 배정한 점 또한 이 여사를 대하는 북측의 태도가 달라지지 않은 것을 뜻한다. 다만 최고지도자의 일정을 극도의 보안에 부치는 북한의 특성상 면담 성사 여부는 직전에야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리 정부는 이 여사의 방북에 대해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6일 정례 브리핑에서 “나머지 일정을 받아본 다음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물론 이 여사 방북에 대해서는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 있다”고 말했다.
이 여사 방북 확정으로 파국 직전까지 치달았던 남북관계에 다시 순풍이 불지도 관심사다. 최근까지 남북은 서로 유화 제스처를 보내면서도 민감한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긴장감이 높아지는 등, 별다른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냉온 기류를 반복해 왔다.
앞서 남북 민간단체는 6·15, 8·15 공동기념행사를 추진하다가 행사 장소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무산됐다. 이후 남북관계는 다시 경색 국면으로 접어드는 듯했지만, 지난달 15일 북한이 6·15공동선언 15주년을 맞아 남북 당국 간 대화를 시사하면서 다시 관계 개선의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같은 달 23일 서울에 ‘유엔 북한인권사무소’가 개설된 것을 이유로 북측이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 선수단 파견을 취소하면서 남북관계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이희호 여사 메신저 역할 할까… ‘김정은 면담’ 여부에 방북 성과 달려
입력 2015-07-07 02:23